제 10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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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첫 우수인증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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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의 ‘사람이 보험이다’<1>]다시 사랑하기

고민이 되었다. 굳이 다시 칼럼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를 밝힐 필요가 있을까? 이 내용이 신문의 지면을 할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누가 궁금해한다고? 결론은 새로운 시작이 지난번 ‘이수현의 보험 아는 만큼 보인다’ 70회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가려 한다면 새로이 시작하는 이유와 그 다짐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새로운 시작의 이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멈췄던 이유를 논하는 것이 순서인 듯하다. 가장 흔한 이유, 바쁘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저 버겁기만 했었다. 만성 소화불량으로 소화제와 변비약을 수시로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급기야 정신과에서 불안과 수면에 관련된 약을 처방받기에 이르렀다.

내가 사는 모양새를 아는 이들은 연재를 멈추겠다고 하자 모두들 잘했다고 격려해주었다. 한동안 2주 간격으로 찾아왔던 마감의 압박이 없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에게조차 숨겨왔던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글을 써내는 게 힘들었던 것이었다.

40대 중반의 아줌마. 손해사정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 회사를 시작한 지 8년차, 부모님들은 물론, 대학의 은사님들도 정년퇴임을 하였다. 누구도 나한테 잔소리를 할 수 없었다. 20년을 함께 산 남편도 퇴근 후 내가 소파 위에 올려놓는 가방이 불편하지만 침을 꿀꺽 삼킨다. 다른 회사 대표님들도 ‘아 사무실이 좋네요~’ 하지만 그들의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 “이미 어쩔 수 없는 40대 이상의 꼰대끼리 건드리지는 말자”의 정중한 표현임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잔소리할 열정을 낼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슬프거나 아픈 일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임을 잘 알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나의 행동이 자신을 불편하게 할 만큼 나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귀하다. 이런 나에게 책은 유일한 채찍이고 배움이었다. 책을 통해 움직임의 동력과 이유를 얻고 반성하고 안식하던 내가 책을 읽지 않으니 칼럼 연재뿐 아니라 모든 일에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연재를 쉬는 동안 공저로 책이 나왔고 사무실을 이사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동력을 모두 바닥내버렸고 나는 몸과 마음에 단 한 톨의 쌀도 남지 않은 쌀독이 된 기분으로 다시 나를 채워야 한다며 두 달여를 급한 일 외에 모든 것을 뒤로 미루며 지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방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책장 위에는 내가 검토하기를 미룬 서류들이 한가득했다. 그사이에 내가 꼭 읽겠노라 선발해 둔 몇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그래, 이렇게 눈 감고만 지낼 수는 없잖아. 용기를 내어 책을 폈다. 파스칼의 ‘팡세’였다. 소파에 누워서 보기에 작은 문고판이라 가장 팔이 안 아플 거 같아 고른 ‘팡세’는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반쯤 읽었다. 결국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파스칼의 잔소리는 효과적이었다. 나에게 두 개를 가르쳐 주었다.

1. 사람이란 대개의 경우 타인의 생각을 이루어진 이유보다는 스스로 찾아낸 이유로 더 잘 납득할 수 있다.
2. 사람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자기 생활의 질서를 세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당연한 일은 없는 것이다.
- 파스칼의 팡세 中-

나는 사람들이 그만 좀 쉬어야 한다고 말하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걸 핑계로 더 쉬고만 싶었던 것이다. 결국 나를 납득시킨 핑계는 나였는데 말이다. 이런 나를 제대로 잘 알아야 새로 살아갈 힘을 내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는데 나는 이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가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팡세의 지루한 잔소리가 나를 힘들게 해서였는지 이상하게 그날 밤, 잠이 잘 왔다. 다음날 전화를 받는 나의 언어가 풍부해졌고 시원해졌다. 아니, 그냥 평소보다 내 맘에 들었다. 책 한 권도 안되는 인풋이 아웃풋을 보여줬다.

다음날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읽었던 책들 위주로 보며, 나를 움직이게 했던 동력들을 확인했다. 식이요법을 할 마음이 났고, 쌓여있는 서류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글도 다시 쓰고 싶어졌다.

조금 황당할 수도 있다. 책이 가려움증이랑 무슨 상관이지? 책 읽으면 병도 고쳐? 나는 책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책읽기’는 아무에게도 잔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를 내가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그 사랑을 다시 시작하자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지쳐 있는가? 사랑하자. 마감이 안 되는 자신이 싫고 힘든가? 사랑하자. 아무도 잔소리 할 엄두가 안 나는 꼰대인데 영업도 안되는 자신을 다시 사랑하자. 책. 읽어라. 사랑해라. 책으로 사랑하는 게 버겁다면 이수현의 칼럼으로라도 자신을 사랑하자. 함께 사랑하자. 이수현이 돌아왔다.


♠한국보험신문은 10월 9일부터 이수현의 ‘보험이 사람이다’ 칼럼을 새로 연재합니다.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이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이유는 그 중심이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도 ‘사람’이고,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사람’입니다. 이에 필자는 ‘보험금’ 이전의 ‘사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이수현 손해사정사는 2012년부터 보험을 주제로 한 강의를 하기 시작해 그동안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보험사용설명서’라는 제목으로 오랫동안 특강을 진행했으며 의료인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도 강의하는 등 보험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중앙부회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손해사정법인 ‘하늘’을 이끌고 있고, 인천소방본부의 손실보상위원회로 활동하는 등 손해사정사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이수현 손해사정사
손해사정법인 하늘 대표

이수현 thinkinsura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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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22:47: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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