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2호
 
[2024 첫 우수인증...
[2024 첫 GA 명장]...
[7년 연속 우수인...
[2024년 보험연합...
보험세상 > 보험과 생활
[이수현의 ‘사람이 보험이다’<10>]조호바루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날 때의 준비

한 달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그냥 한 달 살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내 성격에 가만히 있는 시간 일주일이면 당장 짐싸서 돌아올 것 같아서 나 자신에게 어학연수라는 미션을 더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수업받고 기숙사에 돌아와 회사 일을 하고 저녁을 먹는 간단한 일상이지만 깨끗한 물을 먹는 일,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는 빨래 같은 한국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일들이 여기서는 모두 번거로운 과정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간단한 일상생활만으로도 하루가 꽉 찼다. 돌아가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짧디짧은 찰나의 시간 같이 느껴진다.

그 찰나의 시간을 위해 6개월을 준비했다. 조호바루라는 곳을 정하기까지의 시간까지 더한다면 1년여가 걸렸다.

어학원을 알아보고 숙소를 준비하는 건 그중 가장 쉽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이었다. 내가 한 달간 떠난다는 건 손해사정사로서, 회사 대표로서, 가정주부로서 내가 맡은 여러 역할들이 한 달간 공백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우선 가족의 동의,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지만 유혈사태 없이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여 준 남편한테 감사하고 엄마 다녀오면 이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냐며 좋아하던 아들한테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 달 갖고 택도 없더라는 미안함을 느낀다. 회사, ‘꼭 가야 되는 거냐’는 아주 정중한 만류. 나한테 설득된 게 아니라 내가 확고해서 만류하기를 포기했다. 의뢰인들, 급한 것들은 회사 내의 다른 사정사에게 인계하고 꼭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보류 했다. 칼럼은 한 달 분 원고 미리 마감 등 내가 없는 동안 회사가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기획. 몇 개월간 회사며 나의 모든 개인 일정까지 이 조호바루를 위해 준비되고 짜였다.

그중 가장 부담스럽고 중요했던 건 돈이었다. 어학연수비와 체류비용은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없는 동안 강남 한복판 사무실의 임대료, 관리비, 직원 월급, 4대 보험료, 세무기장료, 공기청정기 임대료, 법인카드 결제 등등.

그리고 내가 돌아온다고 바로 뿅하고 돈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재한 기간의 최소 한 배를 더한 기간 동안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금 또는 다른 기획. 돈. 돈. 돈이 가장 문제였다. 그리고 내가 돈 외에 준비했던 모든 것들도 결국은 돈이 도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떠나기 3일 전까지도 채워야 할 금액을 만들지 못해서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내가 내 자리에 없으면 돈이 가장 문제였다.

떠나기 전날 밤 12시까지 사무실 정리를 하고 짐을 싸서 극적으로 떠나는 것에 성공해서 비행기 안에서 들었던 생각이 한 달을 떠나기 위해 이 난리법석인데 우리가 만약 영원히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시기를 예정하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할까.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히 많고 준비하는 항목 하나, 하나의 깊이와 정도가 절대 소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떠나는 시기를 알 수 없다. 심지어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그때를 특정할 수 없기에 ‘그날이 오늘인 줄 알았으면 다른 오늘을 살았을 걸’ 하고 후회를 한다.

죽음은 아주 긴 시간과 아주 깊은 사려와 단단한 기반이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준비가 종신보험이다. 요즘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보험설계사 수당 욕심에 놀아나는 것처럼 매도해서 납입기간 얼마 안 남은 종신보험을 해약 유도해서 손해보험의 생존 시 보험사고 위주의 보험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람도 많고, 종신보험의 일부 기능인 연금의 기능만 강조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심지어 보험사에서 아예 상품을 만들 때 저축성 기능을 강화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수많은 보험설계사들이 우리 사무실을 찾지만 종신보험의 가치를 설명하거나 토론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보험시장이 보험시장의 근간인 종신보험을 ‘종신보험’으로 판매하기를 꺼려한다.

하물며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떠나는 것이 이리 복잡하고 어려운데, 영원히 현재의 역할을 내려놓고 더 이상 그 역할의 빈자리에 대해 조언이나 소통조차 할 수 없는데 우리는 그 준비를 ‘죽으면 소용없다’라는 무책임한 말로 회피한다. ‘죽으면 소용없다’가 아니라 ‘죽으면 준비할 수 없다’가 팩트 아닌가? 죽어서 준비 안 한 걸 후회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저 책임을 죽음의 너머로 무심히 던져버리는 거 아닌가 말이다.

죽음, 편하지 않은 말이다. 죽음,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나 아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덜 힘들도록. 제발 종신보험한테 ‘죽으면 소용없다’고 말하지 말아라. 종신보험은 애초에 ‘죽으면 소용 있어서’ 세상에 생긴 상품이고 현재도 누군가가 ‘죽은 후 소용이 되고 있어서’ 아직 팔리고 있는 상품이다. 종신보험은 ‘죽으면 소용이 있다’ 종신보험이 원래 그러려고 만든 상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이수현 손해사정사
손해사정법인 하늘 대표

이수현 thinkinsurance@naver.com

[저작권자 (c)한국보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3-03 22:30:47 입력.




화보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외벽 ...
DB손보, 신규 TV광고 ‘약속대로 ...
교보교육재단, 한국지능정보사회진...
보험GA협회, ‘정착지원금 운...
상반기 보험사 순익 9.3조원…...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
김병환 금융위원장 “보험업권...
멍구족 최대 전통 민속행사 ‘...
 
한국, 미국 보험지수비 추이...
 
법인명 : 한보험신문(주) ㅣ 제호 : 한국보험신문 ㅣ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42 ㅣ 전화 : 02-725-2552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다06581 ㅣ 신문사업 등록일 : 2002년 5월 29일 ㅣ 발행인 : 서경란 ㅣ 편집인 : 이정용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53168 ㅣ 인터넷신문 등록일 : 2020년 7월 7일 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섭

한국보험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Korea Insurance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