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상품 해지율 추정모형 두고 ‘설왕설래’
당국, ‘예외’ 허용 문제점 지적하자 ‘원칙 권고’로 선회
대형사 “재무 영향 이상 無”… 가정별로 희비 엇갈릴 듯
보험업계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하 금융당국)이 발표한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에서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추정 모형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지난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추정모형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당국이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log-linear)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예외 모형을 허용하면서다. 일각에서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한 보험사가 예외 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자 당국은 ‘원칙모형을 권고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며 해지율 추정모형 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앞서 금융당국은 무·저해지상품은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특성상 실제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사가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등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해당 상품의 수익성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상품 보험료 납입 중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실무상 0.1%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하기로 하는 한편 보험사 사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선형-로그모형’이나 ‘로그-로그모형’ 등 예외모형을 적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 발표 후 예외 허용에 대한 비판이 일자 모형 선택에 대한 업계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1일 보험사 관계자가 모인 간담회에서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기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추정 시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보험사 중 원칙모형과의 보험계약마진(CSM) 차이가 큰 보험사’를 집중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일에는 “원칙과 예외 중 예외모형은 각사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용이 가능한 매우 제한적인 것”이라며 “당국은 일관되게 원칙모형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당국 발표에 보험사 3분기 경영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도 당국 가이드라인 확정에 따른 각사 CSM, 최선추정부채(BEL), 지급여력비율(이하 킥스비율) 등의 변화를 묻는 질문이 쇄도했다. 지난 14일 삼성화재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모형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CSM 변동 예상치는) 연말 약 1000억원 내외 수준이고 킥스비율 역시 1~2% 정도로 영향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령별 손해율 산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향후 (구체적 수치가) 분석되는 대로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13일 메리츠화재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메리츠화재는 “원칙모형 기준 무·저해지 해지율 및 전담부 도달 연령 기준 손해율 가정 조정에 따른 연말 BEL과 CSM 변화는 거의 없다. 이는 메리츠화재의 계리적 가정이 특별히 보수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최선 추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의 개혁안을 ‘수익성 평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며 “업권 전반의 CSM 감소와 킥스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사는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트래킹하면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한화생명 역시 “당사는 원칙모형을 적용할 예정으로 재무 역량도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단기납종신보험의) 추가해지는 경험통계가 충족되기 전까지 30%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무·저해지 상품 해약률 개선 효과와 고환급률 상품의 추가 해지 증가 효과가 상쇄돼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BEL, RA(위험조정액) 등 재무 영향도는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며 “당국의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철저한 분석과 대응을 통해 보유계약 CSM 및 킥스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보험사마다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며 “기존부터 보수적 계리가정을 사용해왔던 보험사는 (해지율 모형 관련) 당국 발표에도 재무상황에 큰 타격이 없겠지만, 그간 예외모형에 가까운 기준으로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던 보험사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험신문=손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