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삼성·교보·미래에셋·흥국 등 신탁 상품 잇따라
“종신보험과 보험금청구권 신탁 패키지 상품 기대”
최근 당국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허용하면서, 생보사들이 신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반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생보사에서는 특히 종신보험과의 패키지형 신탁 상품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의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일에 맞춰 신탁 상품을 출시해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신탁이 가능한 보험금청구권 요건을 규정해 금융업권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해 수익자에게 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신탁업자(은행·보험사·증권사)들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협의를 거쳐 보험금청구권도 신탁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통해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 신탁을 허용됐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은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 ▲계약특성은 보험계약대출 불가 ▲계약구조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한 경우에 한정 ▲수익자는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제한 등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한 당일 1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에서 1호로 체결한 신탁 계약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CEO다. 이번 신탁 계약은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은 기존고객 중 보험금청구 신탁 가입이 가능한 고객에 대한 안내 및 신규 고객 대상 전용상품(흥국생명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흥국생명도 1호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1호 신탁 계약은 50대 남성의 기업체 임원이 체결했다.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내주고 이후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게 했다.
또한 흥국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청구권신탁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신상품 개발과 신탁 IT시스템 고도화 및 전문 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해 계약 체결까지 성공했다. 신탁계약 체결 후 위탁자(보험계약자)가 수탁자(미래에셋생명)를 생명보험계약의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하면 수탁자(미래에셋생명)는 사망보험금을 청구·수령 및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된 지난 12일 5건의 신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교보생명은 이달 출시한 교보상속든든종신보험 상품과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계약 연계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관련해 아직 준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현재 계획 준비 단계에 있어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돼 생보사 입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아직까지는 신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보험업권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생보사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종신보험과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패키지 형태로 출시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고객을 상대하는 판매채널 관리와 보험설계사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었다.
[한국보험신문=권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