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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조의 ‘사람이 보험이다’<26>]2024년 나는 누구였는가? |
2024년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2025년이다. 연말이니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본다.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에 기뻐하였고 무엇에 분노하였는가?
그것이 진짜 나를 알아차리는 질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질문해 본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도덕적인 기준과 사회적 기준을 가지고 옳고, 그른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옳고 그름에 따라 자신이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에 있었던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계엄 사태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누군가는 그 계엄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분노하지만 그럼에도 분노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우리는 분노해야 하는 일과 슬퍼해야 하는 일이, 기뻐해야 하는 일이 다 각기 다르다. 어느 순간은 누구와 같지만, 어느 순간은 누구와 다른 감정과 다른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2024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과 그 일들에 대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어떤 순간 어느 한계점에서 고통스러워하는지를 깨달아 보려 한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2024년 동안 있었던 당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기록, 그 사건들을 마주했을 때 당신의 마음을 기억해 보고 들여다보고 그 이면에 있는 자기 자신과 만나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당신에게 진짜 사건은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당신이 느꼈던 기쁨 또는 고통 그 자체였을 수도 있다.
나는 2024년 1월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가서 한 달 동안 지내고 돌아왔다. 거기 있는 동안 평생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나 자신을 직면하는 고통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깊은 행복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게 돌아온 일상에서 나는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한 달 동안 비운 대가로 밀려있는 일과 경색이 된 회사 상황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했다. 인간은 아무리 행복을 느껴도 그 다음에 찾아오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에 너그러워지지는 않는구나. 나는 힘든 건 힘든 거구나.
2024년 현재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고 있는데 그전 같으면 엄청난 자책을 했을 숫자인데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몸무게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다. 분명 그 전에도 나였고 지금도 분명 나인데 똑같은 사실을 두고 고통을 느끼는지 여부가 달라졌다. 아마 나라는 사람이 변한 거겠지.
사람은 누구나 힘든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찾는 것이 인간이다. 모든 것을 이미 가졌기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내 삶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그리 놀라거나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하고 싶다. 그건 여러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그렇다. 다만, 그 문제들이 나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 즉 내가 문제라고 여기게 되는 순간의 나의 감정. 다시 그 이유에 집중하라.
많은 설계사들이 자신의 실적이 저조한 것을 고민한다. 나를 찾아와 그러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그 원인을 분석하고 조언해 주고 그가 변화하고 시도해야 하는 것을 얘기해 주면 대부분은 인정하고 그 변화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굳이 시도하거나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낚시동호회에 영업을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분석해 보니 시간과 돈만 소비하고 전혀 영업적으로는 효율이 없는 경우에 정작 자신이 낚시를 너무 좋아해서 동호회 활동을 줄이거나 멈출 생각이 없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나는 낚시를 포기할 수 없다면 이제 당신은 영업실적의 저조함을 더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 준다. 그는 영업을 잘하는 것보다 낚시를 포기하는 것이 더 고통이 큰 것이고 결과적으로 영업실적의 저조는 그러한 본인의 선택이므로 고민할 문제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문학자들이 지난 수 세기 동안 연구해 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나는 “나는 무엇에 고통스럽고 무엇에 기뻐하는가? 그리고 그 고통과 기쁨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가?”로 받아들여 본다. 인문학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의적인 답은 아니지만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내 존재 인식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고통과 기쁨이 인류 보편의 옳고 그름 안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질문에 직면하여 나를 올곧이 만나 누가 알까 두려운 나의 기쁨과 고통의 지점을 여실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오늘 당신이 만난 고객이 어떻게 했을 때 힘들고 당황스러웠는가? 그것이 당신의 고통이다. 나는 지난주에 우울증 환자와 부딪히고 좀 더 수용적인 자세를 가지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에 고통스러웠다.
2024년 한 해 동안 많은 문제들 때문에 고통스러웠고 해결해 낸 당신의 수고를 안아주고 싶다. 2025년에는 2024년과는 다른 이유로 훨씬 기쁘고 고통스럽기를. 그래서 다른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를. 그렇게 답 자체가 아닌 당신이 풀어내야 하는 문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기를 응원한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이현조 손해사정사
손해사정법인 하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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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조 thinkinsura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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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2 23:36: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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