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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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조의 ‘사람이 보험이다’<25>]보장분석

지금은 보장분석을 회사마다 아주 편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설계사들이 고객한테 개인정보 인증만 받으면 쉽게 할 수 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인 20여년 전에는 설계사들이 엑셀로 직접 보장분석을 했다. 그리고 고객이 보험증권을 줘야만 고객의 가입 내용을 확인하고 증권분석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한테 유치원 선생님이 엄마 직업을 묻자 “우리 엄마는 표 만드는 일을 해요!”라고 할 만큼 내가 엑셀을 열어놓고 암진단금, 2대질병 진단금을 입력하고 보장별로 색깔 구분을 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증권분석 엑셀 폼 좋은 걸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고 밥 한끼 사주면서 공유를 부탁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용하는 도구가 편해진 것 말고는 보장분석의 목표는 동일하다. 피보험자에게 비어있는 보장의 틈새를 찾아서 채워주려는 것이다. 혹은 보장에 비해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사망보험금이 너무 적어요.”

“아니, 암이 3000만원뿐이면 6개월 안에 소진됩니다. 암의 치료기간은 장기전인걸요.”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되어준다. 그러나 손해사정사로서 일을 할수록 진단금이 얼마인지, 입원비가 얼마인지, 실손이 몇 년도 가입인지가 보장분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류가 일으키는 사건, 사고가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 보장분석이라 함은 보험가입금액의 많고, 적음뿐 아니라 가입 내용의 적정석을 함께 판단해야 맞다. 그러나 현재의 보장분석 프로그램도 예전의 수기로 하던 보장분석 엑셀 파일에서도 가입 내용의 적정성은 분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나 설계사 모두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가입하지 않은 것보다 가입 내용이 적정하지 않았을 때이다. 만약, 가입금액이 적거나 없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고객에게는 후회를 설계사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가입 내용이 적정하지 않을 때에는 분노와 분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가입 내용의 적정성’이 뭐지?

예를 들어, 보험금액을 1억원으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그 계약자가 남편이고 수익자가 미성년자녀인데 남편의 불륜으로 남편과 이혼하면 내가 사망하는 경우 보험금이 미성년자녀의 후견인이 되는 전남편이 수령하게 된다. 이런 상태의 보험계약 유지를 원하지 않아서 보험을 해지하고 싶어도 계약의 해지권은 계약자에게 있지, 피보험자는 해지를 할 권한이 없다. 보험료 납입을 피보험자가 하고 있는 경우 납입을 중지하여 실효(계약의 효과를 잃어버림)시킬 수는 있지만 해지환급금의 수령도 계약자가 할 수 있다. 최근 기사화되어 회자되고 있는 개그맨 김병만과 전부인의 종신보험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계약자와 수익자가 전부인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쩌면 보장금액이 충분한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사시 이 보험금이 피보험자가 원하는 자의 수익이 되는 것인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이외에도 가입 당시의 직업을 잘못 고지하는 경우 혹은 설계사의 실수로 직업의 위험등급을 사실과 다르게 설정한 경우 상해사고 이후 가입금액보다 현저하게 낮은 보상을 받는 동시에 계약을 해지당할 수도 있고, 가입 전 병력의 고지여부가 아주 중요한 사항임은 다른 내용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는 사항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세금 문제. 이는 아주 소득이 높거나 자산이 많은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소득이 적어서 기초수급자였거나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이 급격한 사고나 질병으로 큰 보험금을 받게 되어 통장으로 고액이 입금되면 이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국가로부터의 혜택에 제한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소득이 없는 경우는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물론, 장해 등 일신상의 이유로 일시적 증액된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 등 법률상의 소득으로 보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장 잔액만으로 경제력을 판단하는 과오를 범하는 공무원들을 보는 일이 있어 소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선량해 공무원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분들이 많아서 억울한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보장분석. 여전히 보험가입금액의 많고, 적음만 논하고 있다면 당신은 미안하지만 하수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고객에게 불행한 일임과 동시에 유사시 당신 스스로를 공격할 칼을 고객에게 쥐어주는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보험가입금액의 많고 적음을 논하는 것은 1단계다. 피보험자 및 계약자의 관계성, 수익자와 피보험자의 관계성, 피보험자의 사고로 누가 수익을 가지는 것이 도덕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 피보험자의 생활과 환경의 변화 모두를 고려하는 보장분석. 심층적인 보장분석을 하는 보험설계사가 보험전문가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이현조 손해사정사
손해사정법인 하늘 대표

이현조 thinkinsura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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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23:52: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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