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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파트너즈의 실전 법인영업<146>]자세한 거짓말은 편지로 보내겠습니다 |
“참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세한 거짓말은 편지로 보내겠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영어창작과 케니스 필즈 교수의 ‘거짓말의 즐거움’에 나오는 얘기다. 거짓말의 일상화, 가식의 일상화를 빗대어 한 말이다. “거짓말은 나쁘다, 악이다”라는 담론을 넘어 이미 우리네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삶의 일부이고 생존과 성공의 유용한 전략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과거 삼국지 등 전쟁에서 어린애들을 동원해서 동요로 괴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거짓말을 활용한 속임수 전략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진화해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 SNS, 뉴스매체 등을 통해 각종 비방, 괴담이 거짓말과 뒤섞여 가짜가 진짜처럼 난무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다. 거짓말은 이제 군사 외교와 전쟁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영국의 사회학자 라크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험자가 10분간 대화하는 동안 6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씩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인이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도 3분의 1이나 절반이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거짓말, 가짜는 우리 일상에 가득하다. 범위를 좀 넓혀 보자. 우리가 매일 보는 드라마, 영화, 연극도 허구의 이야기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상업적 가짜, ‘픽션’이다. ‘속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짜’와 ‘가상’은 맥을 같이 한다. ‘가상(假想)’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짜 상상’이다. 거짓말은 상상을 기반으로 출발한다. 각종 예술의 창작도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상상과 가짜는 예술과 거짓의 경계 지점에서 가끔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가령 어떤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라고 했을 때 이를 팩트만으로 본다면 ‘거짓말을 잘한다’로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거짓말 가짜, 진실, 진짜가 뒤섞인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개인은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기도 힘들어졌다. 거짓말은 ‘필터링 실패’로 인한 무지와 결합해 증폭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석학교수 피터 버크는 그의 최근작 ‘무지의 역사’에서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 못지않게 무지도 확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거 유럽에서는 금서 목록을 지정해 검열했으며 근대에 들어서는 신문, 정치 풍자만화, 연극 등을 탄압했다. 지식을 숨기거나 허위 정보, 가짜 뉴스, 은폐를 통해 정보를 감춘다거나 재난 발생 시에도 정부가 정보를 숨긴 경우가 많다. 이때 무지는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 ‘생각 없는’ 정보로 확산된다. 정보의 증가에 따른 검증, 소화, 분류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중세의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년~1274년)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악의적 거짓말이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거짓말로 ‘Black Lie’ 즉 중상모략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이타적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거짓말로, 포로가 돼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셋째는 선의적 거짓말이다. ‘White Lie’로 불리는 거짓말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하거나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예컨대, 시골에서 올라온 시어머니에게 며느리가 “어머님, 벌써 가시게요? 며칠 더 푹 쉬시다가 가세요”라고 하는 말이나 시어머니가 “나는 너를 항상 딸처럼 생각한단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포장된 말이다. 또 별로 예쁘지도 않은 이웃의 아기를 보고 “아유 예쁘기도 해라”라고 하는 것이나,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게 해서 병을 낫게 하는 플라세보 효과도 맥락은 같다. 이처럼 거짓말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거짓말을 피하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병자궤도야 兵者詭道也).”
필자가 처음 손자병법의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전쟁은 총칼의 힘으로 싸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속임수’가 전부인 것처럼 단언하다니 통상의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개념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진실과 속임수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일이 잦다. 그러다 보니 ‘진실인가, 거짓인가?’ 또는 ‘옳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의 단순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엉켜있다.
이때 손자는 거침없이 “전쟁은 속임수다(병자궤도야)”라고 직설한다. 현대적 의미로 옮겨보면 “삶은 속임수다” 내지는 “경쟁은 속임수다”라는 말이 될 것이다. 그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친절하게 방법까지 일러준다. “이익으로 유혹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이익을 취하라(利而誘之, 亂而取之 리이유지, 난이취지).” 우리는 손자의 이 말을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덥석 받아들이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손사래 치며 거절하기도 힘들다. 우리네 삶은 늘 욕망과 유혹 사이를 오가는 갈등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참고·인용>
1. ‘속임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산타페연구소 속임수연구회 고기탁 역, 황소걸음, 2012년)
2. ‘노병천의 손자병법 인문학-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다’(노병천 미국미드웨스트대학교 리더십 박사, 방송과 기술, 2017년)
3.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빌 브라이슨 저, 김지현 역, 21세기북스, 2009년)
4. ‘이상한 지하철 노선도’(대한민국 교육부, 대한민국교육부 공식블로그, 2016년)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최송목 전략고문
(주)비즈파트너즈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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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주)비즈파트너즈 전략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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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23:37: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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