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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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산책로에 쓰여진 2024년 역사

길은 역사를 새긴다. 12월 마지막 주 서울 도심 만만보산책은 길에 쓰여진 2024년 역사를 되짚어보느라 걸음 속도가 평소보다 더 느려졌다. 정동길을 따라 내려가다 시청 앞에 이르렀는데 왠지 설렁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덕수궁 동편 담장 너머 인도에 있는 플라타너스의 키가 줄고 몸집이 왜소해졌다. 며칠 전까지 단풍으로 물들 기회를 놓친 넓은 잎을 잔뜩 매달고 있었는데 맨 위 가지들이 뭉텅 잘리고 잎은 떨어져 나갔다. 찬기가 돌면서 서둘러 잎을 떨궈낸 다른 낙엽수들과 달리 이곳 플라타너스는 언제부턴가 빛 바랜 잎을 그대로 매달고 추운 겨울을 견뎌오고 있다. 겨우내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넓은 잎은 거리 미화에도 방해가 되고 치우기도 귀찮을 뿐더러 차로에 날리면 교통사고 위험도 있다고 판단해 가지치기와 잎 털어내기 작업을 동시에 한 듯했다.

은행나무와 함께 한 때 가로수로 사랑받았던 플라타너스는 옆으로 뻗은 가지와 넓은 잎이 도로 표지판과 상가 간판을 가리고 꽃가루와 열매의 솜털이 알레르기성 비염과 결막염 등을 일으킨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느티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등으로 교체됐다. 남아있는 나무도 옆가지와 윗가지가 잘려나가기 일쑤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제 때 단풍이 들지 않아 늦가을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역 인근 인도와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역주행 참변의 흔적도 만만보산책로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난 7월 1일 밤 운전경력 40여년의 현직 버스 기사가 운전한 제네시스 승용차가 웨스틴조선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일방통행 도로인 프라자 호텔 뒤편 4차선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 가드레일을 뚫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친 뒤 차도로 튕겨나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까지 치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지고 7명은 크게 다쳤다. 사고 장소가 교통사고 안전지대로 여겨 온 인도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인데다 도심에서 승용차 한 대가 일으킨 교통사고로는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충격적이었다. 이후 인명 피해가 집중된 부근의 가드레일은 기둥을 튼튼한 재료로 강화하고 높이를 올렸으나 기존 가드레일과 모양이 크게 달라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날의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만만보산책로에 새로 편입된 청와대 쪽을 보면 숨이 막힌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했을 때부터 그가 왜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굳이 대통령실을 옮기겠다는 결심을 했는지 알아챘어야 하는데 안타깝고 아쉽다. 그는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개방된 청와대를 올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곤 했다. 소통은 결코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귀를 열고 있으면 깊은 산속에서도 얼마든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입만 열고 귀를 꽁꽁 닫은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 불통에 불통을 겹겹이 쌓는 행보는 급기야 지난 12월 3일 느닷없는 위헌적 비상계엄령 선포로 이어져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은 탄핵될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이후 광화문광장 등에서는 주말마다 “윤석열 구속”과 “탄핵 반대” 구호가 날카롭게 부딪쳐 국민과 나라를 동강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산책길을 떠올려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교보생명 빌딩 담벼락 광화문글판이 눈에 들어온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겨울편 글귀 ‘오늘은 볕이 좋다 / 아직 / 네가 여기 있는 기분’은 유희경 시인의 시 ‘대화’에서 가져왔으며 추운 겨울이라도 햇살이 깃들면 온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겨보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바로 전 서울시청사 꿈새김판에서 읽은 겨울편 ‘겨울이 깊어질수록 그대 온기도 깊어지길’이라는 글귀와 의미가 상통하는 것 같다. 추울수록 볕이 좋고 나눌 수 있는 온기는 더 깊고 따뜻하기 마련이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볕과 온기는 어느 곳에든 있다. 모두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한 해를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한국보험신문=본지 주필]

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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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9 22:41:0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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