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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논단]실손 개혁, 시장 포기가 묘수일 수도 |
실손의료보험 연내 개혁 방안 마련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을 주도해온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건강보험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의료계가 반발함에 따라 무산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개혁은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면서 의료계의 의개특위 복귀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조속한 복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추후 날짜를 정하지도 못해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 연내 발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손의료보험 수술은 의료개혁의 핵심이고 보험업계의 숙원이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비용(건강보험 비급여+급여 자기부담금)을 그대로 보상하는 상품으로, 4000만명이 가입돼 있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비급여와 급여 자기부담금이 크면 클수록 지급 보험금이 확대되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보험사로선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대로 실손보험 계약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보험 가입 효용도가 크고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많이 받을수록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어 실손보험은 의료쇼핑·과잉진료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에 의료개혁 때마다 건강보험 비급여 부문과 함께 실손보험 수술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으로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보험사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의료쇼핑과 과잉진료로 보험금이 새 나가는 부작용을 줄이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진료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4세대 실손보험도 보험사엔 계륵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4세대 실손의 위험손해율은 출시 첫 해인 2021년 61.2%, 2022년 88.8%로 안정세를 유지하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의료량이 늘어나면서 급상승해 2023년 115.9%, 올해 상반기 131.4%로 3년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이는 실손보험의 경우 어떤 방식의 수술도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손보험금은 총 7조23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6785억원) 대비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미뤄 올해 연간 실손보험금 합계는 지난해 수준(9조187억원)을 넘어서고 이에 따라 실손보험시장 적자도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험업계 실손보험 연간 적자 규모는 2019년 2조5133억원, 2020년 2조5009억원, 2021년 2조8581억원, 2022년 1조5301억원, 2023년 1조9738억원으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시장에서 최근 5년간 연 평균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보험은 사망, 질병, 상해, 화재 등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미래의 큰 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특수한 금융상품이다. 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으로 보상받는 것보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기에 보험 가입자는 통상적으로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은 다르다. 보험사고가 많을수록 보험료 대비 보상 혜택이 크기에 굳이 사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비급여 항목이 많아 실손보험의 효용이 무척 높다. 이를 이용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의료계도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쪽으로 의료진이 몰린다. 이같은 폐단을 고치려면 건강보험 비급여와 급여 자기부담금을 축소하고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일본에서 실손보험이 거의 사라진 것도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는 선택적 진료를 억제하고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료개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행 실손의료보험은 의학기술의 발전에 맞춰 선택적 진료 항목을 늘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의료개혁 방향과 정반대다. 이런 구조에서 의료개혁은 요원하다. 지역·필수의료는 갈수록 약화되고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성형외과, 안과, 치과 등 경증환자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과목으로 의료진을 쏠리게 한다. 이를 개혁하려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실손보험시장을 줄여야 한다. 외국계 보험사는 실손보험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국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시장을 아예 포기하는 것도 의료개혁의 한 방법일 수 있다.
[한국보험신문=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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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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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2 22:59:1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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