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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체없이’와 ‘즉시’ |
상법 제4편 ‘보험’편 제1장 ‘통칙’에는 보험자가 보험금지급 책임을 면하는 사유가 딱 2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제659조 ‘보험자의 면책사유’ 제1항)이며, 또 하나는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하여 생긴 때’(제660조 ‘전쟁위험 등으로 인한 면책’)이다. 두 번째 보험자의 면책사유는 헌법 제77조 제1항의 계엄 선포 요건 즉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거의 같다.
어떻게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시도 아닌 평온함 속에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었을까? 제1호 포고령과 함께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얼마 전 참여했던 교수 시국선언을 떠올리며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군경과 대치하면서도 폭력이나 무력 사태 없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국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으니 이는 천만다행이자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일이다.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헌법과 민주주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오래전에 공부했던 헌법을 떠올려 봤다.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참고로 헌법에는 다른 법과는 달리 법조문의 제목이 없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용은 제77조에 있다. 제1항에는 계엄의 요건으로,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제2항에는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번은 비상계엄이다. 이어서 제3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중대한 원칙이나 절차들을 무시할 수 있어 그야말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지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대통령의 권한이다.
한편, 제4항에서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계엄 해제 안건 상정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원들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은 절차상의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간을 지체하면서라도 계엄 통보를 받고 안건 상정의 절차를 거쳐 표결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제5항에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두고도 대통령이 국회를 폐쇄하고 의결을 못하게 하거나 의결을 한 후에도 해제를 하지 않는 경우, 심지어 해제를 한 후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여러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한편,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지체없이’는 법률에 자주 쓰이는 용어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의 의미, 즉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늦어져도 좋다는 뜻이다. 이와 상대적인 법률 용어로는 ‘즉시’가 있다. 이는 그냥 ‘곧바로’의 의미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험계약법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한 팁 하나, 보험계약법에 ‘지체없이’는 여러 차례 나오지만 ‘즉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계약법 조문과 관련된 시험문제에 ‘즉시’라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틀린 보기이며, 틀린 보기를 찾는 문제에서 이 단어가 보이면 무조건 답으로 찍고 나머지 보기는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 대체로 시간이 부족하므로 그런 문제에서 시간을 절약하여 다른 문제에 더 집중해서 푸는 것도 객관식 시험을 보는 요령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이경재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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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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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23:14:1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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