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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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더 천천히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겨울은 만만보 산책객에게도 까탈스러운 계절이다. 길을 나서기 전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산책로는 조심해야 할 것들로 넘쳐난다. 반면 옷 두께만큼 몸은 무겁고 둔해진다. 곳곳에 안전을 위협하는 크레바스가 깔려있어 평소 익숙한 도심 산책로에서도 방심했다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이나 산책길 낙상 등 겨울철 잦은 사고에 대비한 최선의 방법은? 몸 놀림을 가볍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겨울 나무를 보라. 낙엽 활엽수는 잎을 모두 떨궈냈고 상록 칩엽수는 적은 양의 눈에도 가지를 쉽게 구부린다.

겨울철 산책객에게 일어나는 가장 많은 안전 사고는 미끄러지거나 중심을 잃고 넘어져 다치는 낙상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계절별 낙상으로 입원하는 분율(인구 10만명당 입원 환자수)은 겨울이 다른 계절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길거리 이동 중 사고가 많았다. 빙판이나 눈길 산책 중 낙상 사고는 가벼운 사고만으로도 골절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중 골절로 인한 평균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달은 12월과 1월로, 예전과 달리 겨울에도 외부 활동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봄과 가을 등산 시즌 못지않게 빙판이나 눈길 낙상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

겨울 산책로 낙상 사고의 가장 좋은 예방책은 빙판이나 눈길을 피하는 것이다. 길을 나서기 전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눈이 내리거나 영하로 떨어지면 평소 물이 고이거나 얼음이 잘 녹지 않는 곳은 우회하는 것이 좋다. 산책 복장으로는 지나치게 두껍거나 꼭 끼는 옷은 몸의 유연성을 약화시켜 사고의 위험을 높이므로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옷을 겹쳐 입는 것을 추천한다. 또 춥다고 잔뜩 움츠리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유사시 대처능력이 떨어지므로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해 활동성을 높이도록 한다. 신발은 굽이 낮고 폭이 넓으면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을 골라 신는다. 요즘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폰에 팔리면 발아래 상황을 보지 못하게 된다. 최근 겨울철 젊은층 낙상 사고가 늘어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걸음걸이도 중요하다. 보폭이 크면 중심을 잡기 어려운 만큼 겨울철에는 평소보다 10~20% 줄이고 몸 중심을 낮춰 천천히 걷도록 한다. 특히 평형감각이 떨어지는 고령자의 경우 경사진 도로, 보도블럭이 튀어나온 불규칙한 지면 등에서는 중심이 조금만 흔들려도 쉽게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걷게 될 경우 착지에 신경을 집중하도록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신체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은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빙판이나 눈길에 넘어졌을 경우 성급하게 일어나려다간 다시 넘어질 수 있으므로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본 후에 천천히 일어나도록 하고 만약 일어날 수 없을 때는 119에 연락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추운 날씨의 산책은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한국팬들에게도 인기 높은 영화 ‘러브레터’의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해 충격을 주었다. 그의 사망 원인은 목욕 중 열쇼크(Heat Shock)에 의한 심장마비로 확인됐다. 겨울철 열쇼크는 추운 곳에서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이동했을 때 신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짐으로써 발생한다고 한다. 온천이 많고 목욕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열쇼크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훨씬 많고 고령층의 경우 겨울철 자택 욕조에서 열쇼크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사례가 빈번해 일본 보건당국은 겨울 시즌에 접어들 때마다 열쇼크 예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차가운 바깥에 있다가 갑자기 뜨거운 곳으로 이동하면 특히 심혈관계에 문제 있는 사람들은 위험할 수도 있는 만큼 산책 후 바로 뜨거운 물로 샤워하거나 욕조에 뛰어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느덧 2024년도 저물고 있다. 빙판이나 눈길 낙상 등 겨울철 안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건강하게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보험신문=본지 주필]

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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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23:12:20 입력. 최종수정 2024-12-16 09: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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