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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보험금청구권 신탁, 생보 정체성 확립 기회 되길 |
지난 12일부터 보험사 등 신탁업자의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되자마자 삼성생명을 비롯해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이 신탁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100%에 육박(2020년 보험연구원 집계 기준 99.1%)할 정도로 내수시장이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망보험금 신탁 허용이 생보사에게 새로운 수익성 확보의 기회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번에 허용된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의 핵심은 피보험자가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신탁사에 맡겨 차후 수익자(직계존비속·배우자 한정)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일시적으로 지급되던 사망보험금의 활용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생보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한 생보사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생명보험 본연의 기능을 전격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이 생보사로 하여금 최근 들어 가장 큰 ‘호재’로 기대되는 것은 그만큼 생보사가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고생길’을 걸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손해보험사 모두 영위 가능한 제3보험 영역에서 손보사가 질병보험(암·뇌·심장 질환을 보장하는 건강보험 등)을 필두로 강세를 보이면서, 손보사와의 경쟁 구도는 손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당시 연금 및 저축성보험에 주력했던 생보사는 ‘질병보험도 제3보험 영역에 포함해 달라’던 손보사의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수락했고, 이는 현재 제3보험 중에서도 대표주자가 된 질병보험 영역에서 손보사의 점유율을 크게 확장하게 한 시발점이자 생보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생보사는 생명보험 고유 상품인 종신보험의 다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료 납입 기간을 5~7년으로 축소하고 계약 해지 시 보험료의 최대 130%를 환급해 주는 등 특징을 부각한 ‘단기납종신보험’을 내놓으며 보험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 5곳(삼성·한화·교보·신한·NH농협)의 종신보험 판매 건수는 2022년 57만6000여 건에서 2023년 93만 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1~9월 기준 78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100만 건 이상 판매고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는 등 최근 2년간 생보사는 ‘종신보험 호황기’를 맞아 안정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연속된 제재로 단기납종신보험 호황기는 ‘반짝 특수’가 될 공산이 크다. 당국은 이 같은 단기납종신보험 판매 열풍이 업권의 건전성을 해치는 ‘불나방 경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국은 단기납종신보험의 높은 환급률이 부각되면서 소비자가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는 등 불완전판매될 여지가 크고, IFRS17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남용(보너스 지급 시점 해지율을 수익 산출에 유리하도록 과소 가정)될 소지가 있다는 사유로 환급률과 해지율에 제동을 걸었다.
생명보험은 인(人)적 특성상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절벽에서 받는 영향이 커 수익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생보사만이 나설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생보사들이 수익성 확보 목적에 매몰되기보다 건전한 영업환경 속 업권 고유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보험신문=손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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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아 alsdkqg@in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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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22:57: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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