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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 정담]낙관 vs 비관 |
스머프 마을에서 살고 있는 ‘투덜이 스머프’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이름이다. 평소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고 모든 일에 낙관이나 긍정보다는 비관적 전망에 익숙하며, 늘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스머프 시리즈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투덜이 스머프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이 사공이 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보다는 가능성을 믿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간 낙관론자들이 써내려 왔다.
전쟁사에는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리더의 용기와 결단으로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 1972년 미국은 북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북베트남은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하노이를 방어하고, 결국 미국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는 북베트남의 강력한 저항과 결단력 덕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 제국이 그리스 도시국들을 침공했다. 아테네 군대는 수적으로 열세였음에도 페르시아 군대를 크게 무찌르고 아테네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투는 그리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1815년 나플레옹 보나파르트가 유럽의 패권을 다시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연합군은 나폴레옹 군대를 결정적으로 무찌르고, 그의 재집권을 저지했다. 이 전투는 나폴레옹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중요한 전투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전투들은 수적 열세나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결단력과 전략적 판단으로 승리한 사례들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리더의 용기와 결단은 산업계에서도 빛을 발한다. 우주산업에서 로켓을 재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로켓 재사용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로켓 재사용을 목표로 삼았다. 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2015년 팰컨 9 로켓이 성공적으로 재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우주산업의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로켓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스페이스X는 이후 여러 차례 로켓을 재사용하며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정주영 회장은 폐 선박을 구입해 바다에 띄우고 그 안에 모래와 흙을 채워 바닷물을 막는 방법으로 오늘날의 HD현대중공업을 키워냈다.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투자 결정은 삼성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
전쟁사에서도, 정치나 외교에서도, 산업계에서도 리더의 도전정신과 용기 있는 의사결정은 늘 기적을 일궈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은 대체로 확률은 낮지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과 확신에서 이러한 용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온화하게 보고, 더 좋게 보며, 우리가 세운 목표의 성취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우리 능력을 과장하는 성향도 있어서 낙관적 과신을 낳는다. 낙관 편향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위험이 될 수도 있어서 기질적으로 낙관적인 사람은 행복하지만 동시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시간에 멤버 중 한두 사람에게 투덜이 스머프 역할을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가 무슨 의견을 내든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하든 사사건건 따져 묻고 비관적으로 보는 바람에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며 납득시키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워낙 변수가 많고 리스크가 큰 정책적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그런 투덜이 스머프가 한둘 있으면 지나친 낙관론자의 질주를 막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이 5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약 35%라고 한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통계가 자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자기가 시작한 벤처사업의 승산을 평가할 때 무려 81%가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10점 만점에 7점 이상으로 생각했고 33%는 실패 확률이 제로라고 대답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엘 카너먼 저)’ 中-
그럼에도 낙관주의는 많은 ‘투덜이 스머프’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먼저 그들은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동기부여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긍정적인 태도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록 확률은 낮지만, 용기 있게 도전할 경우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전쟁 중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AI, 디지털, 우주를 향한 치열한 전쟁은 투덜이 스머프가 아니라 낙관적 전망을 지닌 수많은 리더의 각축전이 되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박치수 교수
청주대학교
前 교보생명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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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수 청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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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22:36: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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