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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흡 코리안리 전무의 ‘어쩌다 보험인’]북한의 대량 탈북사태와 정책보험의 중요성 |
최근 경기 파주시의 통일대교에서 30대 탈북자가 차량으로 월북을 시도하다 검거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었다. 이 탈북자는 2011년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왔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 적응 실패로 고통을 겪으며 북한에 남은 가족을 그리워한 나머지 재입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재월북 사례는 현재까지 약 30건에 달한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탈북민이 급증하여 2001년 연간 입국자 수가 1000명을 넘었고 2009년에는 약 3000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입국하였다. 2012년 이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내부 통제가 강화되며 탈북민 수는 1000명대로 감소하였고, 2020년 이후부터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입국자가 100명 이하로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누적 탈북민 수는 약 3만5000명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탈북민이 대거 발생한 배경은 1995년과 1996년에 연이어 발생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북한의 농업 기반이 무너져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입국하지 않고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만 하더라도 약 3만~5만 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는 북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이다. 그러나 북한이 유난히 이러한 재난으로 인하여 국가적인 위기를 겪는 이유는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이 가지는 비효율성에 더하여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보험 제도가 없음으로 인하여 더욱더 재난에 따른 위기가 커지고 재난 이후에 회복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 제도가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임은 역사적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1922년에 설립된 소련(소비에트 연방)은 지속적인 개혁 압박에 밀려 약 70년 만인 1992년에 해체되었고, 중국 또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1979년 시장 경제를 채택하기로 선언한 이후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하면서 지나치게 외부 원조에만 의존하던 터라, 중국이나 소련은 물론 남한의 개성공단이나 적십자사 지원과 같은 외부의 지원이 중단될 때마다 큰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에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수백만에 달하는 대규모 기아와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겪었다.
농업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농민을 위한 정책 보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Federal Crop Insurance Program’을 통해 다양한 작물과 재해를 포괄하는 보험에 대하여 정부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인도와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적 경향이 있는 나라들 또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농업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38년부터 정부 주도의 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는 주로 가뭄과 같이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중심의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과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지수형 보험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국제기금을 통한 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어업재해보험을 통해 농어민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가뭄, 태풍, 냉해 등으로 인한 작물 피해를 보상하며, 보험 품목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축재해보험을 통해 축산 농가의 가축 질병과 재해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또 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양식 보험은 태풍이나 해수의 적조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 있어서 수산업의 지속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피해액 증가를 예상하여 적절한 보험료의 인상은 물론 보장 영역을 꾸준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정책보험 지원 또한 같은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에 대하여 보험료를 지원하여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염려하지 않는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서의 농업 기반 붕괴로 인해 대규모 탈북민 사태가 발생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국가가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보험을 위한 보험료 재원을 확보하고 보험과 재보험을 통해 안전한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송영흡
코리안리재보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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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흡 david.song@korean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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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3 23:13:0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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