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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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아빠의 ‘인생 2막 준비학교’<50>]장수시대 잊고 사는 위험들

[한국보험신문=류상만 기자]은퇴 준비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다. 여유가 없다고 안이하게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에 소홀히 한다면 긴 노후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노후에 닥칠 리스크를 잊으면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높은 노인 빈곤율이다.

한 할머니가 독백을 했다.

“나를 포함한 노인 몇몇이 슈퍼에서 공병을 줍고, 종이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나도 남편이 은퇴하기 전까지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60세 즈음 간암에 걸려 5년째 투병 중이다. 딸 자식이 하나 있지만 혼자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다. 딸은 나를 돌볼 여유가 없다. 조그만 수입이라도 나올 수 있다면 어떤 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나이 든 할머니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

가난한 여성 노인은 한국 사회가 만들어냈다. 남성은 ‘출생’과 ‘진학’(초등-중등-대학)에서 ‘취업’과 ‘결혼’과 ‘은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로를 거쳐 나이가 든다. 여성은 ‘출생’에서 ‘진학’(초등) 이후 잠깐의 ‘취업’과 ‘결혼’과 ‘육아’의 경로를 지나 나이를 먹는다. 이렇다 보니 여성 노인들은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해왔다. 만약 배우자가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아프다면 여성 노인은 곧바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국에서 노인들은 매우 빈곤하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49.6%가 빈곤한 삶을 살고 있어 OECD 노인빈곤율 1위다. OECD 평균 11.4%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 여성 빈곤율은 더욱 높다. 낮은 경제활동 참가, 경력단절 때문이다. 노인 단독가구의 빈곤율은 76.2%에 이르는데, 독거노인 중 여성의 빈곤율은 81.3%나 된다.

두 번째로, 자신 이외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툴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생각해 보자. 아이들은 적게 태어나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금도 줄어든다. 그런데 거꾸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복지에 들어갈 돈은 늘어난다. 이 모습이 우리 미래가 돼서는 안 된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골 장례식장을 찾았다. 도착해 보니 커다란 불빛이 들어오는 곳은 오직 장례식장밖에 없었다. 주변 상가는 오후 8시인데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고 길 다니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저녁인데도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활기는 없고 어둠만 가득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진 시골 풍경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으로 1.0명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고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0.8명 정도로 예상된다. OECD 국가 중 0명대 출산율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요즘 기자에게 가장 큰 고민은 80대 후반 아버지 노환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자 5남매는 조를 짜서 하루씩 돌아가며 아버지를 돌본다. 아버지는 자식 키우느라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다. 아버지 병원비는 자연스럽게 자식들 차지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다. 형제가 많고 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소위 N분의 1 하면 된다. 그런데 문득 내가 걱정이다. 딸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치열하게 살아갈 자녀에게 나 자신의 노후를 맡긴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아니 가능하지 않다. 스스로 노후를 위해 연금, 병원비를 준비해야 한다. 두툼한 연금, 아프더라도 병원비 걱정은 없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딸을 위하는 길이다. 얼마 전 보고서에 의하면 20년 후 한국의 노인들은 더 이상 자녀들의 돌봄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자녀가 부모를 외면해서가 아니라 가족관계 변화 때문이다.

세 번째, 생애의료비 반은 65세 이후 쓴다는 현실이다.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로 노인 진료비는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노인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약 42%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491만원으로, 전체 평균 1인당 진료비 168만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생애의료비는 5년 전 이미 1억원을 넘어섰다. 그 중 절반을 65세 이후에 쓰고 있다. 고혈압·당뇨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는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증가하는 노인 의료비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한다.

은퇴 후에는 소득이 제한돼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지 못하면 노후 생활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노후 의료비는 은퇴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류상만 ysm5279@in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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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00:35: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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