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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 정담]성심당 빵과 이글스 팬 |
여행자들에게 대전은 ‘노잼(재미없음)시티’로 통한다. 경관이 빼어나거나 역사적 가치를 자랑하는 명소가 별로 없다. 전주 비빔밥이나 춘천 막국수처럼 대전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 음식도 없다. 다른 광역시들과 비교해볼 때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전 시민들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대전을 ‘꿀잼(매우 재미있음)도시’로 만든 것이 있다. 성심당 빵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팬이다. 대전 시민들조차 “튀김소보로와 보살팬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성심당 빵과 이글스 팬은 대전의 상징이 됐다. 튀김소보로는 판타롱부추빵과 더불어 성심당의 대표 제품이고 보살팬(부처팬)은 한화 이글스 열성팬을 일컫는다.
한화 이글스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타 지역 야구팬들은 대개 KTX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린 다음 중간에 위치한 성심당 본사에 들러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을 구입한 뒤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거나 경기 전 성심당에 들르지 못했을 경우에는 돌아갈 때 대전역점에서 성심당 빵을 사서 귀가하는 일정의 대전 나들이를 하게 된다. 이에 성심당은 이글스 홈 경기 날에는 매장 직원들이 이글스 유니폼과 원정 팀 유니폼 입고 근무하기도 한다.
참고로 대전역에서 야구장까지 거리는 2km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한화 이글스는 스포츠 기자로 활동할 때 담당했던 팀으로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짜릿한 경험을 했고, 성심당은 30여년 전 지면을 통해 외부에 소개한 이력이 있기에 필자는 이글스와 성심당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성심당의 경우 지금은 전국 빵지순례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은 대전 여행 때 빠지지 않는 쇼핑 품목이 됐지만 당시 성심당은 동네 빵집 규모에 불과했다. 오래된 빵집이 흔치 않던 시절 대학을 나온 아들이 가업으로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고 팔다 남은 빵이 있으면 트럭에 싣고 인근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나눠준 뒤 퇴근하는 착한 2세 기업인을 테마로 기사를 썼던 것 같다.
이글스 야구팬은 충성도 높기로 유명하다. 팀이 바닥을 기고 있어도 이글스에 보내는 팬들의 성원은 변함이 없다. 특히 올시즌은 더욱 뜨겁다.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지난 15일까지 올시즌 22경기 가운데 무려 21개 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복귀와 시즌 초반 호성적이 직관 팬들을 그만큼 늘린 것이다.
이런 성심당과 이글스가 최근 위기를 만났다. 성심당의 경우 기차로 대전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대전역점이 퇴출당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성심당은 그동안 월 임대 수수료 1억원가량을 내고 대전역점을 운영해왔는데 지난달 말로 기존 계약이 만료됐고 코레일유통이 계약 갱신 조건으로 월 4억원 이상을 제시해 매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가격 탓에 경매가 유찰되면서 임대 수수료는 3억5300만원으로 깎였지만 성심당은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응찰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하면 대전역에서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한화 이글스는 3월에 치른 8경기에서 개막전만 패했을 뿐 이후 7연승을 거두며 1위로 내달렸다. 그러나 4월부터 내리막길을 타다가 시즌 42경기를 소화한 지난 15일 현재 16승1무25패로 9위까지 내려갔다. 선발진 붕괴와 투·타 부조화, 엉성한 수비와 미숙한 주루플레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꼴찌 추락은 시간 문제로 보여진다. 이에 구단 홈페이지와 프로야구 관련 각종 게시판과 기사 댓글에는 선수단에게 보내는 원성과 비난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필자의 시각에도 최근의 전혀 프로답지 않은 이글스의 경기 모습은 아무리 부처나 보살같은 팬이라도 더 이상 참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보험신문=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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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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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23:32: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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