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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
[한국보험신문=이소라 기자]지난 9일 새벽 1시를 넘은 시간에 ‘삐이익’ 하고 귓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천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3.7의 지진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 소리였다. 이로 인해 수도권 일대 시민들은 불안감에 밤을 지새웠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선 흔들림을 느꼈다는 글이 쉬지 않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인천 근해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최대 규모였으며, 수도권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말 규모 4.1의 충북 괴산군 지진을 비롯해 한반도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2024회이며 지난해에는 76회나 일어났다. 지역별로는 2016년 9월 규모 5.8의 경주지진, 2017년 11월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경북이 461회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 전남(81회), 충남(78회), 제주(66회) 등이 뒤를 이었다.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말은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진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평소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만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만약 중급 이상의 지진이 대도시에 찾아왔을 때 큰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세심하고 과학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철저한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2021년 서귀포 지진 발생 후 지진 전용 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진 피해를 보장하는 지진 전용 보험상품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상품이 출시되고 기사로 소개했지만, 지진만을 위한 상품은 전무한 것이다.
현재 지진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은 ‘풍수해보험’이 유일하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간보험사 7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서 운영한다.
풍수해보험은 대부분 화재보험과 재산종합보험에서 지진담보 특약을 부가하는 형태다. 특약을 가입하지 않으면 지진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보험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진 전용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약 가입자도 적은데 지진 전용 보험을 출시하더라도 가입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진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입자가 증가하면 지진 보장 상품 개발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 필리핀 여행을 갔다가 7.2 규모의 지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다행히 건물 밖에 있어서 부상 하나 없이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여진을 느끼며 겨우 귀국길에 올랐다. 이때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다면 후유증이 없었겠지만, 한동안 조그만 흔들림에도 ‘지진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하곤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진 발생시 대피요령 교육과 실제 훈련을 통해 일상적으로 지진에 대비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지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수익성보다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의 본래 역할에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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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raya21@in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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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22:07: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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