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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단상]베버의 법칙을 생활에 적용하기

김덕출 생활칼럼니스트·경영학박사


[한국보험신문]최근에 이사를 했다. 교통 좋은 곳에서 9년간 잘 살았지만 자기집으로 들어가는 추세에 따라 나도 그렇게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가구와 가전제품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의 단위가 억 단위이다 보니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서이다.

같은 돈 1만원이 어떨 때는 크게 느껴지다가 또 어떤 경우에는 작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다.

독일의 학자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Ernst Heinrich Weber)와 구스타프 페히너(Gustave Fechner)의 이름을 딴 베버-페히너의 법칙은 자극의 강도와 사람의 감각 사이에서 일정한 비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 즉, 자극이 강할수록 변화를 느끼려면 변화의 차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크게 느껴지던 100만원도 이사하는 상황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원리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면 30g의 무게와 31g의 무게를 손바닥에 놓고 겨우 구별할 수 있는 경우에 60g과 61g의 차이를 구별하기는 어렵고, 60g과 62g의 차이라면 겨우 구별할 수 있다.

이러한 베버-페히너의 법칙은 자연과학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이사할 때 고가의 가전제품을 쉽게 바꾸는 경우 뿐만 아니라 배고픈 상태에서 시장을 가게 되면 쇼핑물품이 늘어나는 것도 이 원리이다. 배고픈 상태가 되면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지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보면 베버-페히너의 법칙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컴퓨터 마우스를 사러 갔는데 2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10분 정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는 1만5000원 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보통 5000원 싸게 살 수 있는 매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마우스 상황이 아니라 노트북을 구매하는 상황으로 바꿔보자. 컴퓨터 가격이 200만원 하는 매장에서 친구가 하는 말이 10분 정도 거리의 다른 매장에 가게 되면 199만5000원에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할까? 보통의 경우라면 ‘겨우 5000원 가지고’라는 생각으로 그냥 200만원에 구입하게 될 것이다.

똑 같은 음식이 상황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상황, 똑 같은 가치의 5000원이 경우에 따라서 달리 느껴지는 원리가 바로 베버-페히너가 얘기한 반응의 상대성이다.

옛날 어른들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라’라고 하였는데 크게 고생한 이후에는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잘 극복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쁜 직장생활을 할 때 틈을 내어 갔다 온 3박 4일의 달콤한 여름 휴가와 은퇴자가 여유롭게 갔다 온 휴가가 그 묘미가 같지 않은 것도 결국 이런 이유일 것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휴일이란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한 버나드 쇼의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 것인가 보다.

그러면 이러한 베버의 법칙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첫번째,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것도 실체가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상대적인 느낌이다. ‘얻은 것이 많을수록 느끼는 행복은 작아진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도 행복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다. 단지 마음 속에 그에 대한 감성을 잃었을 뿐이다.

중국의 사회학자 장원청(張文成)의 저서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를 보면 “행복은 일종의 느낌이라서 자신의 민감도에 좌우된다”라는 문구가 있다. 최빈국 부탄 국민의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항상 즐겁고, 마음으로 느낄 줄만 알면 행복은 반드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삶의 재미에 관한 부분이다. 앞의 달콤한 휴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삶이 재미있고 의미가 있으려면 약간은 바쁜 일과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휴식도 달콤해 지고, 삶도 액티브 해지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항상 호기심을 통한 약간의 긴장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번째,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즉, 쓸데없는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망설임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큰 돈을 지출할 때는 특별히 조심하자는 것이다. 이사를 한다든지, 결혼식 등의 대소사를 치를 때 부수적인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면 일단 며칠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부자들은 상대성이 만드는 착각에 속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무리 큰 돈을 가지고 있어도 1000원은 언제나 1000원일 뿐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보험인들은 이 베버의 법칙을 우리의 일에 적용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베버의 법칙을 반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큰 이벤트가 있어서 큰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는 부수적인 작은 계약도 같이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물론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위한 판매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래저래 알고 있으면 활용도가 높은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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