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설계사 판매수당이 많다고?
[한국보험신문=류상만 기자]보험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팔면 모집수수료를 받는다. 모집수수료는 상품마다 다르며 가장 높은 종신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의 1200~170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모집수수료를 첫 해 몰아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선지급수당으로 부르는데, 금융당국은 과도한 선지급수당 지급이 불완전판매와 고아계약을 유발한다면서 모집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섰다.
영업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팔아 첫해 받게 되는 모집수수료를 보험가입자가 연간 내는 총 보험료 이하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서 선지급수당 비중을 축소하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찬반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선지급수당의 장단점은 금융당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개선 움직임 때마다 등장하는 ‘수치’에 대해선 할 말이 있다. ‘모집수수료는 월 보험료의 1200~1700% 수준’이라는 자료가 나오면 미디어들은 ‘보험설계사는 10만원짜리 상품을 팔아 170만원을 챙긴다’는 식의 기사를 게재해 대중들로 하여금 불편한 시선으로 설계사를 보게 만든다.
보험은 결코 값싼 상품이 아니다. 주택 다음으로 비싼 상품이다.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치매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납입기간이 20년이면 매년 120만원씩 만기까지 2400만원을 보험료로 내게 된다. 치매보험의 모집수수료가 1000%라면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는 1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는 고객을 만나 상담하고 계약체결 후 보험을 유지하는 20년간의 관리비까지 모두 포함된다. 특히 TM채널의 경우 영업의 근간이 되는 DM 비용도 설계사가 부담하면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 성사까지 지출이 적지 않다.
저축성보험은 더욱 난감하다. 신입사원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많이 가입하는 세제적격 개인연금보험의 경우 월 34만원의 보험료를 10년 납입하면 총 400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게 된다. 이 때 설계사가 받는 모집수수료는 고작 10만원 정도다. 교통비와 고객과 식사 한끼 같이하면 남는 것이 없다.
이처럼 보험상품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받게 되는 모집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모집수수료가 높다는 보장성보험의 경우 전체 보험료의 4%가 일반적이다. 납부기간 전체 보험료의 1% 미만인 상품도 있다. 모집수수료를 첫 해에 몰아 받는 것이 선지급수당인데, 설계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목돈이 있으면 근무의욕이 고양되기 마련이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설계사도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설계사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기자가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가 있다. 어느 날 그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강원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고객은 어떻게 할지 당황하다 밤 11시 그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강원도로 달려갔다.
이에 대해 그는 “나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런 설계사에게 현재의 모집수수료는 결코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