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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재’ 포항지진에 보험사 부심

최은수 cuscause@insnews.co.kr


당시 시공사 법정관리… 관련 배상책임보험 가입 전무
업계, 배임 문제 얽혀 국가 상대로 구상권 청구 등 검토


[한국보험신문=최은수 기자]지난 2017년 11월 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단의 결론이 나왔다. 이로 인해 사업을 추진한 정부와 컨소시엄 참여 주체들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정부 조사단의 결론을 토대로 자연적 영향과 인재에 따른 비중을 따진 다음 책임 주체가 누군지를 밝혀 지급 보험금과 관련한 구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2017년 포항지진 피해 보상에 국내 11개 손보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건수는 총 3059건, 지급액 규모는 318억316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주택화재보험 내에 탑재된 ‘화재보험 지진특약’, ‘재산종합보험’, ‘풍수해담보’ 등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됐다. 지급보험금 건수는 현대해상이 103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금액으로는 현대해상 61억93만원, 삼성화재 61억원, 메리츠화재 58억5060만원, 농협손보 53억8493만원, DB손보 46억1950만원 순이었다.

문제는 보험금을 지급할 당시에는 천재지변으로 분류됐지만 지열발전소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보험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정부조사단의 ‘인재’라는 결론에 따라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사실상 컨소시엄 선정사인 넥스지오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넥스지오는 이미 지난해 10월 법원에 회생인가를 받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법정관리 상태인 회사에 구상을 청구해도 얻는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

한국보험신문이 지열발전소 추진 당시 실사를 나갔던 보험업계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현장에는 정식 건물이 아닌 임시 사무소와 굴착 기계만 있었다. 발전소를 짓는 것도 아니고 땅을 파서 지열발전으로 쓸 만한 소스를 확인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을 들 만한(부보될) 물건 자체가 없었다”며 “이미 해당 기업은 기업회생을 밟고 있는데다 관련 배상책임보험 가입도 전무한 상황이라 구상을 한다 해도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을 추진한 정부 또는 국책기관에게 구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마다 담보와 면책 유무가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별로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또한 조사단 결론을 근거로 구상을 청구해 법적다툼으로 들어간다 한들 승소를 담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공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유사 판례가 없는 점, 자연환경적 영향과 이번 지열발전소에서의 급수가 미친 영향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 등 셈법이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기 1년 전인 지난 2009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 역시 지진 유발 논란으로 폐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가 사전에 지진 유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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