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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원의 ‘판례 속 보험 이슈’<10>]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명보험에 가입될 수 있을까? |
[한국보험신문]최근 자신도 모르게 다수의 사망보험에 가입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한 방송인에 대한 소식이 다수의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보도 내용만으로는 보험 가입 전후의 구체적 정황과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사망할 경우의 사망보험금이 다른 사람에게 지급되도록 하는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만일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이 나도 모르게 내 목숨을 담보로 보험계약을 체결해놓고 나를 해코지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런 우려 때문에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타인의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의 생명보험은 보험계약자(계약의 당사자)와 피보험자(보험사고의 대상)가 다르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우리 법원도 위 상법 규정은 동의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시점도 ‘보험계약 체결시까지’로 명확히 정해놓고 있다.
특히 타인의 생명보험의 경우 피보험자의 동의를 필수적 요소로 정한 규정은 상법이 제정될 때(1962년 1월)부터 핵심 내용으로 규정된 사항이며, 30년 후인 1991년에는 규정을 강화하여 ‘서면 동의’ 부분까지 추가하게 된다. 즉 ‘보험계약 성립 후의 분쟁과 도덕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타인의 생명보험에 있어서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본인이 명백히 인지한 상황에서 ‘타인의 생명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본인이 직접 사인을 하도록 계약 절차를 강화한 것이다.
이 서면동의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한 보험계약은 절대적 무효가 되는 것이다. 즉,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가 스스로 작성한 서면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가 된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보험약관에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서면으로 동의를 한 피보험자는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에 언제든지 서면동의를 장래를 향하여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원도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철회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을 무제한으로 인정할 경우, 도박의 목적에 악용하는 것과 같은 보험의 사행계약성으로 인한 폐해, 고의로 피보험자의 생명을 해할 우려, 그리고 타인의 사망을 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보험금 지급 조건으로 삼는 데에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철회권을 인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콜센터 상담원이 피보험자에게 전화하여 서면동의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도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체결사실 및 서면동의 여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이 가입되기는 어려우며, 만일 그와 같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절대적 무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험계약 체결상황을 들여다보면 2중 3중의 확인절차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의 주요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건성건성 듣고 마지막 본인 자필서명란에 사인을 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설명은 아예 듣지도 않고 사인을 먼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험계약 체결 후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본인은 어떤 내용으로 보험에 가입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 계약체결사실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경우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본인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의 보장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알아본 결과, ‘알고 있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55.1%, ‘모른다’(대체로+전혀)는 응답은 44.9%로 나타났다. 즉, 보험계약자의 절반 정도는 보험계약 내용을 제대로 알고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보험이해력 수준도 33.7%가 ‘낮다’고 응답한 반면 ‘높다’는 응답은 9.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보험계약 사항과 계약 유지여부는 최소한 연 1회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회사 또한 소비자들이 보험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고객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관심을 갖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특히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시에는 보험 가입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이라면 언제든지 동의를 철회할 수도 있으니, 이에 유념하여 보험계약을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
서소현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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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현 shseo@dow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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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5 00:22: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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