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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원의 ‘판례 속 보험 이슈’<5>]소득 차이로 인한 ‘사람값’ 논란 개선해야 |
[한국보험신문]외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그 나라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이 한도 없이 보상을 하면서도 보험료는 거의 절반으로 저렴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그런데 인사사고 피해를 무한으로 보상하다 보니 배상책임 법리와는 맞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인사사고를 낸 가해자는 무한으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피해자의 손해에 대해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있지 않은 보험자에게 무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논란이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의 소득이 줄어든 금액을 산정할 때 이러한 '무한보상' 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출된다. 똑같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라도 사고 직전의 피해자 소득액에 따라 수십, 수백배의 보상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어 '목숨값 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보상 현장에서는 사고가 없었을 경우 피해자가 벌어드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소득(일실수입)에 대한 금액산정 문제가 보험사와 피해자 간 가장 첨예하게 다투는 부분 중 하나다. 문제는 과연 어떠한 방법 또는 기준에 의하여 보상하는 것이 공평타당한 것인가라는 점이다.
일실수입액의 산정은 방법에 따라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후를 기준으로 수입의 차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차액설과 피해자가 사고 후유증으로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감퇴한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평가설로 나뉜다. 대법원 판례는 명시적으로 어느 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평가설의 입장에서 사고 이전의 소득에 노동능력상실률을 곱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있다. (대법원 선고 90다카21022 판결 등)
그러나 평가설이 모든 경우에 공평타당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하나의 사고로 두 사람이 다쳤고 장해 정도도 동일한데 한 명은 일용근로자이고, 다른 한 명은 전문직 종사자라고 가정해보자.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구체적인 노동능력상실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정도가 경미하다면 근무형태 및 성격상 사고 전·후 실제 수입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무직 회사원들이 몸이 좀 불편해도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노동능력상실률을 기준으로 수입을 보상하여 주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차액설을 기초로 하되 노동능력상실에 따른 피해를 위자료 등에 반영해 주는 것이 실제 손해를 보상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향후 소득의 예측은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근거를 기본으로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정확한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법원이 피해자보호의 관점에서 평가설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관점에서 사고 전·후의 수입에 차이가 없는 사안에까지 이러한 평가설을 고집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만약 사고 당시에는 수입에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상과정에서 실제 수입에 차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위와 같은 사례는 보험보상 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특히 피해자가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사무직 근로자이거나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등이 주로 해당된다.
이와는 다르게 장해 정도가 심하여 실제 수입이 감소된 경우에는 일용근로자뿐만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 역시 사고 전 소득을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하면 되기 때문에 차액설과 평가설 중 어느 입장에 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경우 동일한 사고로 동일한 장해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득액이 다르기 때문에 앞서 '무한보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 간 배상액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피해자가 같은 정도의 노동능력상실에 이르렀음에도 동일하게 배상받을 수 없고, 가해자 입장에서도 동일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배상액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행위의 불법성이나 손해의 예측가능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통상 손해의 법리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소득을 제한할 수도 없다. 손해를 보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전문직 종사자와 같은 고소득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일뿐더러 자신은 아무런 잘못 없이 신체상 피해를 입어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일 뿐인데 그 조차도 보전 받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의 법리보다는 보험 정책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컨대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II에서 무한배상을 없애고 피해자 1인당 보상하는 범위를 일정액으로 제한하되 그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하여는 전문직 종사자와 같은 고소득자 별도의 상해사망보험 등에 가입하여 손해 발생 위험을 추가 담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자동차보험 무한보상제도를 내려놓고 보상한도를 정해놓게 되면 소득격차에 따른 보상범위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보험재정의 건전성 확보 및 보험료 인하 등을 통하여 다수의 보험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고소득자 역시 자동차보험을 통하여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보장을 받고, 보험료 인하 등의 해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크게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모두가 만족할만한 공평타당한 분담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일실수입과 관련하여 기계적으로 노동능력상실률에 따른 소득을 무한으로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직업 또는 소득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실수입이 적은 사람이든 아니면 높은 사람이든 너무 터무니 없이 낮거나 높은 보상금이 나가는 것을 개선한다면 '사람값' 논란도 사라지게 될테니까 말이다.
신상화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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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화 ssh@dow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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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3 22:42:43 입력.
최종수정 2022-02-14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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