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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원의 ‘판례 속 보험 이슈’<3>]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

[한국보험신문]자동차를 운전하다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한 도로(영조물)에 차가 빠져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후 보험사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싱크홀이 발생한 원인에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의 배상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영조물’이란 행정주체에 의해 공적 목적에 공용된 인적, 물적 종합시설을 말하는데 도로가 대표적인 영조물에 속하며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시설물은 모두 영조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도로, 항만, 다리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을 영조물이라 한다.

우리나라 국가배상법에서는 이러한 영조물로 인한 사고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에서 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싱크홀 사고의 예처럼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흠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이 있을 때에만 국가의 책임이 존재하며 이 경우 시설 관리자의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가 공용 시설을 설치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이상, 그 시설물들을 안전하게 유지할 높은 수준의 관리의무가 있다는 취지에서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영조물에 의한 국민의 생명 및 재산 손해에 대하여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한 분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법원의 판결이 언론을 통해 사회이슈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8300여건이던 지자체의 영조물 관련 배상건수는 2020년 1만3000여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한편 배상금액도 185억원에서 284억원으로 53%나 증가해 국가배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영조물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 논란에서 법원이 놓치지 말아야할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배상건수나 배상금액이 아니라 그 배상판결로 인해 이어지는 사회적 변화 즉, 안전에 대한 지렛대 역할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지만 계단의 미끄럼방지 시설, 지하철 스크린도어, 공공시설 출입문에 부착된 손끼임방지 장치 등은 영조물책임에 대한 법원판결 이후 국가나 지자체가 동일 사고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여 정착된 안전시설들이다. 그만큼 영조물 피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배상금액보다는 국가의 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농어촌이라면 어느 곳에나 있을 작은 하천의 다리를 예로 들어보자. 경운기와 농기계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작은 다리에는 추락을 막는 울타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울타리가 없는 다리에서 좌회전하던 자동차가 보행기에 의지해 걷던 사람의 보행기를 충격해 사람이 추락한 사고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영조물 책임에 관하여 “만약 다리에 난간이 설치돼 있었다면 보행자가 도로 안쪽으로 넘어져 경미한 외상만을 입었을 것으로 보여 보호울타리 미설치가 보행자의 추락과 그에 따른 손해 확대에 기여하였고, 교량 및 도로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영조물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앞으로 수년내에 우리나라 농어촌의 다리에 안전울타리 설치를 촉진하여 차량은 물론 보행자 추락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일조한 판결로 남게 될 것이다.

반면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한여름 폭서로 고속도로의 콘크리트 포장이 1~2초 사이에 갑자기 과속방지턱보다도 더 높게 부풀어 올라 주행하던 자동차가 크게 파손된 사고에 대해 “한국도로공사가 도로 노면 정기점검, 365일 24시간 도로 안전순찰 등을 통하여 도로 노면 포장상태를 최대한의 노력으로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보존·관리함에 있어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갑자기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영조물 책임을 인정하고 순식간의 땅솟음 사고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사고운전자 입장에서 본다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판결일뿐더러 개인과 보험회사에 책임 전부를 지우는 것은 영조물 책임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만일 영조물 관리의 무과실책임 취지를 살려 도로의 관리책임을 일부 인정했다면 향후 도로공사가 발생원인을 정확히 연구, 개선하는 것은 물론 “폭염시에는 땅솟음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서행운전하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하여 유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국가배상법에 영조물 책임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영조물의 하자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미리 예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법원은 영조물 피해로 인한 배상청구자가 개별 국민인지, 구상을 위한 자동차보험회사인지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받을 것이 아니라 배상책임 판결 이후의 사회안전 확보 측면을 우선 고려하는 혜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판결에 따라 국민의 안전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영조물로 인한 손해배상 판결이 국민들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것이 국가배상법의 제정 취지라는 것을 법원이 놓치지 않길 바란다.


양성국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양성국 sgyang@dow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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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2 23:39:5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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