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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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흡 코리안리 전무의 ‘어쩌다 보험인’]손해사정업계가 고사 위기에 있다

18세기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은 불과 30세인 1740년에 ‘인간본성에 관한 논문(A Treatise of Human Nature)’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학계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모교인 에딘버러대학교에서 사서로 재직하면서 방대한 역사서인 ‘영국사(The History of England)’를 저술하여 수필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를 통해서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 경험주의 도덕철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인간본성’ 혹은 ‘인간의 이해력’에 대한 경험주의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은, 임마누엘 칸트와 같은 철학자는 물론 아인슈타인과 같은 물리학자 등 많은 후학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흄은 도덕철학자답게 ‘영국사’에서 한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나라의 도덕성에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국가의 운명이 도덕성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주장한 사람은 단지 흄뿐만은 아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이슬람, 그리고 중국의 수많은 역사서 에서도 지도층의 도덕성과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강조되고 있고,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유지되고 있다.

흄의 12년 후배인 국부론의 저자이자 현대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 또한 그의 나이 36세인 1759년에 ‘도덕감정론’을 저술하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도덕감정’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흄과 스미스는 서로 밀접하게 교류하며 의견을 교류한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도덕철학자들 이었다.

영국에서 ‘신사도’라는 용어는 원래 귀족과 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켰으나, 산업혁명으로 인해 중산층이 확대됨에 따라 신분 개념이 아니라 남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행동인 예의범절로서 도덕적인 성격이 젠틀맨십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은 미국에도 계승되어 미국의 독립과정과 서부 개척정신의 가치관이 반영된 개인주의, 자립심, 도덕성이 미국식 신사도의 고유한 특성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으로 인해 중산층이 확대되고 여가를 즐기려는 문화적 욕구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행동이나 예절에 있어서 세련됨이 강조되고 자기계발, 자립심 등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공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지도자는 물론 대기업의 총수나 경영층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도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조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ESG문화로 인해 더욱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보험산업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도덕성이 무너져 있어서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험산업은 장래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미리 지불하고 나중에 보상받는 무엇보다도 더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 산업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실효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수 정보의 정직하고 진실한 공개와 같은 도덕적 원칙이 매우 중요하며, 보험금을 신청할 때에도 보험소비자로서의 도덕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사례에서 경험하듯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다양한 보험사기가 적발되고 과다하게 보험금을 수령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간에 수많은 분쟁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과다한 보험금 지급은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다수의 계약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할 뿐이다.

따라서 소수의 부정직한 계약자 행동의 확산을 방지하려면, 보험소비자의 이기심에 대응키 위한 손해사정업무가 매우 전문성을 띠어야 하며, 이는 보험산업의 지속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산업에서 손해사정업무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 지난 15년간 보험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손해사정업무에 대한 정상적인 가격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손해사정업계 전체가 고사 직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손해사정업무를 단지 비용으로 인식하는 보험회사 경영층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보험산업 전체가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험소비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보험소비자의 이기심과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한 손해사정업무 영역에서 경험 있고 실력 있는 전문가들 또한 잘 유지되기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영국의 신사도와 같은 도덕철학이 국민 전체가 가져야 할 품성으로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려면 보험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의 도덕성이 보험 분야의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송영흡
코리안리재보험 전무


송영흡 david.song@korean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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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22:55: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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