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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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논단]며느리들에게 추석이란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명절에 꼽힌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설과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혼 상담 및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왜 즐거워야 할 명절 직후에 갈라서거나 해체되는 가정이 급증하는 것일까.

어릴 적 좋아하던 것 중 어른이 되고 나서 싫어진 것들이 꽤 있다. 명절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귀향·귀경길 꽉 막힌 도로에 장시간 운전하는 것부터 차례와 성묘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간 영양가 없는 말들을 별 생각 없이 툭툭 던지고 받다가 별것도 아닌 일로 감정을 상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짜증스럽고 번거롭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남자인 내가 이럴진대 차례나 제사 음식을 도맡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설거지를 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어떨까. 명절 부엌일을 독박쓰는 것도 모자라 시어머니의 타박과 시누이의 구박이 겹친다면. 추석이나 설날은 없느니보다 못한 날일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땅의 며느리들에게 명절이 없느니보다 못한 날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필자는 이 또한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고령화에서 비롯된 부작용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기억에 어렸을 때 추석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와 미혼 자녀가 둥글게 앉아 송편을 빚고 밤 껍질을 벗기고 감, 사과, 배 등 과일을 깎으며 오손도손했던 것 같다. 식구 가운데 며느리나 사위처럼 혼인의 취소나 이혼으로 소멸되는 인척관계로 맺어진 가족 구성원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을 전체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집은 드물었다. 수명이 짧아 어른들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기 전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의 어린 시절인 1970~1974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63.1세에 불과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1970년 62.3세(남 58.7세, 여 65.8세), 1980년 65.69세(남 61.78세, 여 70.04세)로 점증하다가 1990년 71.7세(남 67.5세, 여 75.9세), 2000년 76.0세(남 72.3세, 여 79.7세), 2010년 80.2세(남 76.8, 여 83.6세), 2020년 83.5세(남 80.5세, 여 86.5세)로 경제성장과 의학기술 발전에 따라 삶의 질과 생활습관이 풍요로워진 가운데 1989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1990년대 이후 급증세를 나타냈다. 이와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1970~1980년대 며느리들은 시집살이를 했더라도 그 기간이 길어야 10~15년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명절 스트레스와 관련한 설문조사들을 보면 60대 여성이 가장 크고 이어 50대, 40대 순으로 대략 결혼 기간과 비례한다. 1970~1980년대라면 시어머니 노릇만 하면 됐을 나이인데도 평균수명이 길어진 탓에 명절 부엌일 독박과 시어머니·시누이의 타박·구박에 시달려야 하다니 스트레스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이 들면 체력이 떨어져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환갑 지나서까지 이같은 명절을 계속 치러야 할 것을 떠올리면 아주 작은 불티에도 언제든 폭발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며느리의 친정 부모와 성장한 자녀가 각각 딸과 엄마 편에 서면 이른바 ‘황혼이혼’으로 치닫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명절이어야 하나. 추석과 설날 고유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된다. 설날과 추석은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날이 아니고 본디 고된 농삿일과 가사에서 벗어나 춤추고 노래하고 맘껏 노는 날이었다. 한마디로 ‘방전’의 날이 아니라 ‘충전’의 날이었다는 얘기다.

최근 명절이면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대신 모처럼 식구들이 함께 모여 가족 여행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또 출가한 자녀에게 오가는 길 꽉 막히는 도로 사정을 감안해 이번 명절은 너희끼리 보내고 교통이 한가한 날 살짝 다녀가라고 먼저 주문하는 노부모도 적지 않다. 필자의 생각에도 며느리에게 독박 씌우는 차례나 제사보다 가족 여행을 하면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의욕을 다지는 쪽이 전통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이 땅의 며느리들에게 방전의 추석이 아닌 충전의 추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국보험신문=본지 주필]

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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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2:22: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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