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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보험, 우울증 환자의 울타리가 될 수 있을까 |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상해보험에서 보험수익자의 ‘고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자살은 보장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예외적인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일 대법원 3부는 약 10년간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A씨의 유족(원고)이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낸 사건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이 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이 경우 예외적으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자살에 대한 예외적 판례를 넘어 우울증에 대한 보험업계의 인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 환자는 93만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연평균 7.8%) 증가했으며, 연간 진료비는 5271억원으로 동기 대비 73.5%(연평균 14.8%) 늘었다. 최근 들어 우울증이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되고 말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도 우울증을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로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보험사는 우울증을 포함해 기억상실증, 편집증,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등 비교적 증상이 명확해 치료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정신질환을 보장하고 있다.
우울증이 보장영역에 포함된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손보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우울증 보장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은 우울에피소드, 재발성우울장애를 포함한 정신질환 진단 시 특정정신질환진단비를 지급하는 ‘let:click 청소년보험’을 출시해 청소년 정신건강질환 보장에 나섰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3월 ‘캐롯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에 ‘마음케어모듈’을 신설해 우울증, 조현증, 공황장애 등 처방 중증도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또 KB손해보험이 이달 초 출시한 ‘KB금쪽같은 펫보험’에도 정신질환특정진단비가 탑재돼,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반려인이 겪게 되는 상실감과 우울증상인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보장한다.
한편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등 일부 보험사에서 차별적 관행이 지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보험사에 우울증 환자의 질환 경중 등을 고려해 가입 기준을 보완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최근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정신과 치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신질환에 대한 인수 역량을 제고하겠다”며 해당 권고를 수용했다.
이 사례들은 과거 보험업계에 잔존했던 ‘우울증 환자는 손해율을 상승시킨다’는 편견을 깨는 반가운 변화의 시작이다. 기자는 지금보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돼, 보험이 우울증 환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한국보험신문=손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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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아 alsdkqg@in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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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23:37: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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