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 바로 가기

한국보험신문

검색 바로가기

[청년의사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아이가 이물질을 삼켰을 때

이정범 wjqjadl@naver.com


[한국보험신문]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영아 시기 아이가 보이면 뭐든지 입에 갖다 대고 삼키려고 하는 것 때문에 항상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8개월에서 48개월의 영아는 새롭게 마주치는 물건이나 궁금한 물건을 만지거나 보기만 하기보다는 구강으로 체험(?)하려고 한다. 그런데 종종 위험한 물건을 삼키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동전, 건전지, 작은 레고 조각 등이 있다.

많은 보호자들이 아이가 물건을 삼킨 것 같다고 하면서 응급실에 온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는 없고 곧바로 Xray 등의 검사로 연결된다. 이물질을 삼킨 아이는 대체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거나 삼키기 힘들어 하고 구토나 목이 아프고 쌕쌕거림이나 호흡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물이 크지 않더라도 영아의 식도 직경은 매우 작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2세 이하의 영아는 항상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보게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Xray 검사를 한다. 하지만 모든 이물이 Xray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금속이나 건전지 같은 경우에는 잘 보이지만 나무나 말랑한 물건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동전을 삼켰을 경우 동전만 삼켰는지 아니면 자성이 있는 물질을 같이 삼켰는지가 중요하다. 동전만을 삼켰다면 위치에 따라서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식도로 넘어가지 않고 목에 걸려 있다면 후두경을 통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식도로 넘어가게 되었을 땐 끝에 풍선이 달린 줄을 넣어 빼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대부분 소아 응급내시경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되어 내시경을 통해 제거하게 된다.

단일 물질로 가장 위험한 것은 코인 배터리이다. 동전 모양으로 생긴 조그마한 건전지인데 크기가 작고 눈에 띄지 않아 보호자들도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건전지를 삼키게 되면 식도의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엔 6시간 내에 식도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응급실에 와서 찍은 Xray상 식도를 지나 위나 소장으로 넘어갔다면 내시경으로 제거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엔 입원하여 주기적으로 Xray를 찍으며 경과를 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구토나 심한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을 보인다면 즉각적으로 수술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물질을 삼켰을 때에도 식도에서 위치가 확인 된다면 즉시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것을 시도해야 할 수 있으나 그 이후 위, 소장으로 넘어가면 내시경 제거는 힘들다. 아이가 증상이 없더라도 위장에 손상을 일으킬 것으로 강하게 예상되는 이물질이라면 즉시 수술을 계획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성인들이 먹는 약을 삼켜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에게는 약이기 때문에 Xray나 다른 영상 검사에서 이물질로 확인되기가 쉽지 않아 전적으로 보호자의 목격사항으로만 확인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약들이 한 알 먹어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약은 한 알로도 심각한 혈압저하, 혈당감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약의 작용을 막아주거나 반대로 작용하는 약을 먹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병원에 내원하여 지속적인 혈압이나 혈당을 감시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다.

일전에 아이가 보호자의 혈압약을 먹어서 내원한 경우가 있었는데 보호자가 빨리 위세척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내비친 경우가 있다. 위세척은 사실 현재 약물을 잘못 복용한 사례에서 대부분 추천되지 않는다. 위세척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할 것이고 약물 제거에 대한 효과도 미미하거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심한 구토나 식도 또는 위장의 천공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이해할 수는 있지만 당장 증상이 없고 병원에서 지켜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아닐 때에는 의료진의 조치에 따르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더 올바른 선택이다.

부모 등 보호자는 항상 아이를 곁에 두고 지켜보아야 하며, 삼키거나 먹었을 때 위험할 수 있는 물건이나 약물은 따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경기도 의료원 파주병원

  • 페이스북
  • 트위터
  • ???
  • 카카오톡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