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美 건강보험사 ‘빅3’ 체제로 재편
유나이티드헬스, 앤섬·시그나, 애트나·휴매나
병원 상대로 협상력 강화… 보험료 인상 우려도
대형사간 인수·합병(M&A)으로 뜨거웠던 미국 건강보험시장이 결국 ‘빅3’ 체제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미국 건강보험시장은 지난해까지 유나이티드헬스, 앤섬, 애트나, 휴매나, 시그나 등 5강 구도에서 최근 성사된 M&A가 마무리되면 유나이티드헬스, 앤섬·시그나, 애트나·휴매나의 3강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 미국 건강보험사 순위는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1305억 달러, 앤섬(Anthem) 739억 달러, 애트나(Aetna) 580억 달러, 휴매나(Humana) 485억 달러, 시그나(Cigna) 349억 달러 순이다.
미국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초 3위 애트나가 4위 휴매나를 37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7월말에는 2위 앤섬과 5위 시그나가 M&A에 합의했다. 앤섬이 542억 달러에 시그나를 흡수하는 형태다. 2건의 초대형 M&A 모두 내년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짓기로 예정돼 있어 미국 건강보험시장은 이르면 2017년부터 빅3 체제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1위 유나이티드헬스는 보험사 인수없이 12억8000만 달러에 제약서비스업체 카타마란(Catamaran)을 인수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미국 건강보험시장은 오바마 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신규 가입자가 대폭 늘었다. 시장이 커진 데다 조만간 한 보험사가 두개 이상의 건강보험조합을 운영하는 것도 허용될 것으로 보여 보험사 입장에서는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 건강보험사들이 M&A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전문가들은 미국 건강보험시장이 유나이티드헬스, 앤섬·시그나, 애트나·휴매나 등 3강 체제가 되면 경쟁은 오히려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격차가 그만큼 좁혀지는 때문이다.
앤섬·시그나의 경우 매출액은 유나이티드헬스에 밀리지만 계약자는 2014년말 기준 5300만명으로 4600만명의 유나이티드헬스를 앞서게 된다. 애트나·휴매나는 3300만명으로 유나이티드헬스와 앤섬·시그나에 많이 뒤진다.
계약자 수가 많으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한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건강보험사가 협상 경쟁력이 있으면 의료수가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막고 의료서비스 품질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고객에도 유리하다.
시그나 인수에 성공한 앤섬의 조지프 스웨디시 회장도 “한층 강화된 협상력을 통해 고객에게 고품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M&A가 주주이익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형사간 M&A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몸집을 불리면서 키운 건강보험사들의 협상력이 소비자를 상대로 발휘된다면 예전보다 쉽게 보험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블루멘탈(코네티컷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형 건강보험사간 M&A가 소비자의 보험사 선택권을 축소하고 보험료 인상을 쉽게 할 우려가 있다”면서 “보건당국은 대형 건강보험사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박경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