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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말기 신부전 투석과 건강관리 |
[한국보험신문]우리 몸의 신장에서 소변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런 신장이 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전공의 시절 한 할아버지가 새벽에 길에 쓰러져 있다고 신고되어 119를 통해 응급실로 왔었다. 당시 초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환자는 특별히 옷이 얇거나 하지도 않았고 쓰러져 있던 사람치고는 깔끔한 상태였다. 하지만 맥박은 30회 이하였고 환자는 의식이 없었다.
심전도부터 시행해 보았다. 심전도는 심각한 ‘동성서맥’이었다. 심장이 매우 느리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저체온증에서 이러한 동성서맥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체온은 35도 이상이었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이 정도 체온으로 서맥이 심하게 발생하고 의식까지 없어지는 것은 설명이 부족했다.
또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지만 혈당도 정상이었다. 그리고 수액라인을 잡으려고 팔을 걷어보니 인공 동정맥루가 있었다. 환자는 신장투석을 받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나는 바로 동맥혈 검사를 시행했다. 동맥혈 검사에서는 심한 대사성 산증과 고칼륨혈증이 보였다. 대사성 산증이란 우리 몸에서 산성 물질이 많이 생성되거나 혹은 정상인보다 배출능력이 현저히 낮을 때 보일 수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고칼륨혈증은 말 그대로 칼륨이 혈중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칼륨 또한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을 때 혈중 농도가 많이 오르게 된다.
소변배출 시에는 노폐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노폐물은 일반적으로 요산이나 요소같은 암모니아의 대사물질을 얘기한다. 하지만 산성물질(수소 이온)이나 우리 몸에 과도하게 많은 전해질(나트륨, 인, 칼륨 등)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신장은 배출되는 양을 조절하여 우리 몸에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신장투석을 받는 사람 혹은 신부전 환자들은 이러한 기능이 전혀 없거나 현저히 낮은 상태이다. 실제로 신장투석을 받는 환자는 하루에 소변을 많아야 종이컵 반 컵 분량만 보고 전혀 나오지 않는 환자도 있다.
위 환자의 보호자가 뒤늦게 응급실에 왔다. 할머니였다. 배우자였으며 아침에 투석을 가던 길에 쓰러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환자가 투석을 받기 시작한지 7년 가량 되었는데 일주일에 세 번씩, 그동안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항상 같이 투석을 받으러 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할머니가 너무 피곤해 하셨고 환자는 할 수 없이 혼자서 투석을 하러 가셨던 것이다. 7년간 이러한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하필이면 혼자 투석을 간 날에 일어난 것이다.
고칼륨혈증 및 대사성 산증에 대해서 농도를 낮출 수 있는 약을 투여하였지만 맥박이 돌아오지 않고 점점 늘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있으면서 전신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장기손상이 진행한 듯 싶었다.
결국 맥박이 회복되지 않고 혈압도 점점 떨어져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만성투석 환자들은 평소 염분 섭취라든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잘 지키지 않아 급성 합병증으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기에 의료진의 치료욕구를 떨어트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나도 너무 안타까웠다. 배우자를 진정시키고 환자를 영안실에 내린 이후에도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환자였다.
투석을 하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며 원인불명이거나 선천적인 원인인 경우도 있다. 당뇨 환자가 당 조절이 잘 안되어 신장병증이 오는 경우도 있고 신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약물을 과도하게 혹은 장기간 복용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여 신장 투석을 필요로 하는 상태가 되면 모두 식이와 평소 생활을 잘 관리 해줘야 한다. 염분이 높은 음식을 피하고 고단백의 음식도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말기신부전 환자의 가족들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주어야 한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경기도 의료원 파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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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wjqja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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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23:11:42 입력.
최종수정 2020-07-19 2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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