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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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이정범의 ‘응급의학 가이드’]상부위장관 출혈

최근 위장관 출혈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번에는 위장관 출혈 중상 가운데 상부위장관에서 발생하는 출혈에 대해 알아본다.

상부위장관은 식도부터 위, 소장중 십이지장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상부위장관에서 출혈이 있으면 두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토혈(Hematochezia)과 흑색변(Melena)이다. 이 가운데 토혈은 상부위장관에 상당한 양의 출혈이 있을 때 발생한다. 간경화나 간암환자 가운데 식도정맥류가 있었던 환자에게서 정맥류 파열로 인한 출혈 증상이 많다. 간경화, 간암 등의 원인으로 간을 통해 혈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이를 우회하는 혈류 중 식도정맥으로 혈류가 몰리면서 정맥이 부풀어 올라 정맥류가 형성된다. 식도정맥류가 있는 상태에서 음주 혹은 위산역류 등의 원인으로 정맥류의 벽이 손상되고 결국 파열돼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파열 정도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출혈이 크다. 때로는 순식간에 컨트롤이 불가능할 정도의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식도정맥류 출혈로 인해 의료진이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사망에 이르는 환자도 봤다. 출혈량이 많지 않을 때는 흑색변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정맥류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거나 간암, 간경화 환자들은 평소 식습관을 철저히 조절하고 금주를 완벽히 시행해야 하며 토혈이 없더라도 기운이 없고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이 보이면 즉시 응급실에 내원해야 한다.

정맥류는 환자가 내시경적 시술이 바로 가능할 경우 내시경으로 출혈점을 파악한 뒤 혈관경화술을 통해 출혈을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나쁘거나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유지장치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 불가하며 이때는 SB튜브라는 방법을 통해 출혈을 임시적으로 조절하며 수혈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회복한 뒤 내시경을 시행하게 된다.

또 다른 토혈의 원인으로는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이 있다. 이는 과도한 구토로 인해 식도벽의 손상이 오게 돼 식도의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음한 이후 구토를 하다가 토혈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경미한 출혈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심한 식도벽의 손상으로 많은 양의 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과음으로 속이 안좋고 메스꺼울 때 억지로 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삼가는 것이 좋다.

흑색변(Melena)은 비의료인의 경우 출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검은색을 띠는 변이다. 양도 평소의 대변 양보다 적고 끈적이는 양상을 보인다. 검은색 변은 상부위장관에서 발생한 출혈의 혈액이 소장과 대장을 거쳐오며 산화돼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검은변의 주요 원인은 위궤양이나 위암 등의 병변에서 나타나는 출혈이다. 위궤양에 의한 출혈은 상부위장관 출혈에서 매우 흔하며 많은 원인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장기적인 아스피린 복용력이나 과도한 음주력이 있다. 위궤양에 의한 출혈에서도 궤양이 위장의 혈관벽에 생기는 듀라포이 궤양(Dieulafoy Ulcer)은 상당한 양의 출혈을 야기할 수 있으며 토혈의 증상도 같이 나타나게 된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장기간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거나 과도한 음주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위궤양을 진단받은 적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람도 흑색변의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근처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정범
응급의학과 전문의
경기도 의료원 파주병원

이정범 wjqja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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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23:14:5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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