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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다

[한국보험신문]““이건 방금 전에 결재한 것 같은데?”

아, 그거는 기안서고요. 이것은 실제 진행할 품의서입니다. 이후 실행이 된 지출결의서가 또 올라올 겁니다.”

“아니, 그럼 같은 내용의 결재를 세 번이나 한다는 것인가?”

새로 부임한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컨대 행사를 진행할 때는 먼저 행사에 대한 기본적 방향을 담은 기안서가 필요하다. 그 다음 여러 조사를 통해 예산 등이 확정된 형태의 품의서가 만들어지고, 실제 행사를 진행하면서 집행된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에 최종 지출결의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절차는 회사 설립 초기 체계를 잡고 또 일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기안서와 품의서 그리고 지출결의서의 내용이 모두 같은 경우, 예컨대 사무용품 구입, 각종 변경 없는 계약 갱신 등이 여기에 해당되고, 나아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이런 반복된 절차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는 종종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전략을 세울 때는 곁가지 보다는 핵심 역량에 주목을 하라고 한다. 이 또한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중요성과 과거의 핵심 역량만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오바마 재선 선거 때 일반 사람과 다른 예상치를 내놓았다. 선거 초기에는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한 변화가 있었고, 이를 끝까지 추적하고 수정한 네이트 실버는 초기 판단을 버렸다. 그리고 결국 미국 50개주 선거 결과를 모두 맞추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네이트 실버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가 맞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여우는 온갖 잔재주를 부려 지나가는 고슴도치를 유인한다. 그 결과 고슴도치는 막다른 골목에 빠져 여우에게 잡혀 먹힐 위험에 처한다. 그때 고슴도치는 엄마 고슴도치가 알려준 최후의 강력한 무기인 온몸의 가시를 바짝 세워, 결국 여우는 입맛만 다시면서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된다.

2500여 년 전 그리스 우화에 등장한 고슴도치와 여우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여우처럼 여러 가지 잡다한 잔재주는 다 쓸데없고, 고슴도치처럼 위력적인 한 가지 핵심 역량만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네이트 실버는 그런 고슴도치가 아니라 여우가 맞다는 것이다. 큰 방향을 정할 때는 통계적 방법을 통해 예컨대 70% 정도가 맞다면 그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옳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살피며 끊임없이 수정을 해야 올바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집스레 원칙만 고수하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맞게 계속 변경을 해나가는 여우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보험환경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년만 뒤돌아 보아도 가히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금리 수준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IFRS17의 예고는 보험산업내 저축성과 보장성의 구성을 극명하게 바꾸어 놓았다. 나아가 판매 채널은 보험회사 내에서 구분되고 또 통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보험회사보다 독립된 채널의 규모가 더 커진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그러한 환경 변화에 맞게 당국의 정책이나 보험산업의 전략도 당연히 변화해야 한다.

큰 방향에 있어서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세부로 들어가면서 과거의 틀에 무게를 둔 고집스러운 고슴도치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세심하게 적응하는 여우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험산업이 사회 안전망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한 축을 이루는 바람직하고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도록 보험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슬기로운 여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창간 이래 한국 보험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 한국보험신문의 창간 1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김종선
(주)글로벌금융판매 대표이사
‘현장중심형 영업관리’ 저자

김종선 (주)글로벌금융판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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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23:24: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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