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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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착한 소비자는 보호하지 않는 금융당국

[한국보험신문=전인엽 편집국장]해외금리와 연계한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판매한 은행을 대상으로 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명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이다.

여윳돈이 없어 직접 투자할 형편은 못되지만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 등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투자형 금융상품과 관련된 용어를 제법 알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이해력도 있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DLS와 DLF는 낯설다. 때문에 이들 상품에 투자한 금융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원금 100%가 날아간 독일 금리 연계형 DLF의 경우 사모펀드로 소수의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고 1인당 가입금액도 평균 2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2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부자, 그것도 엄청난 부자라야 가능하다.

물론 개중에는 초저금리에 한푼이라도 더 불리기 위해 은행 직원이 권하는 상품에 생계자금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투자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판매사가 원금 손실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DLS와 DLF 같은 파생결합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거액을 투자한 VVIP급 금융소비자까지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이 앞장 서서 구제해야 하는지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올해 국회 금융분야 국정감사에서는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정부와 정치권이 DLS·DLF 사태 책임 추궁과 더불어 손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다른 이슈들이 묻혔다. 덕분에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보험 이슈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 보험업계로선 모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국정감사 끝물에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과 저축보험이 도마에 올랐다. 해지했을 때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것, 원금 회복까지 적어도 7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많은 언론 매체가 클릭수를 늘이기 위해 제목 장사를 하고 줏대없는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는 상품이라는데 동조를 하면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과 저축보험은 졸지에 보험업계의 DLS·DLF가 됐다.

‘무해지 종신보험, 제2의 DLF 사태 부르나’, ‘보험료 싸다고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해지땐 환급금 0’, ‘보험사만 득보는 저축성보험, 소비자 피해주의보’ 등등. 지난달 국정감사 때 주요 신문과 방송의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과 저축보험을 다룬 기사의 제목들이다. 해당 기사 대부분 금융당국으로 불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를 요구한 국회의원에게 보낸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보험료 납입기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으로, 최근 경기불황과 맞물려 보험시장의 대세상품이 되고 있다. 저축보험의 경우도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를 떼고 적립하므로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해지하면 환급금이 납입보험료에 못미칠 수 있다. 이들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원금보다 적다는 것을 알리지 않거나 보험상품을 은행의 예·적금과 같은 상품으로 잘못 설명하고 팔았다면 전적으로 보험사와 판매자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금감원은 국정감사에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과 저축보험의 해지 환급금이 이슈가 되자마자 이들 보험상품에 대해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비자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품으로,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할 보험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사전 경보를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보험은 일반적으로 타금융권 상품에 비해 납입기간이 길다.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상품의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 20년 이상 장기 보험이 대부분이다. 저축보험 또한 15년 이상 보험료를 부어야 한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가 보험상품의 이같은 특성을 알고 가입한다. 또 가입할 때 해지를 전제로 가입하는 보험소비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이번 소비자 주의보 발령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는 보험소비자의 보호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보험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감독 정책을 보면 중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사고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에게 편향돼 있다.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거나 보험사고가 없는 착한 보험소비자는 안중에 없다.

보험은 끝까지 유지하면 어떤 금융상품보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이득을 가져다 주는 상품이다. 이에 필자는 보험 가입자가 최대의 보장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최선의 보험소비자 보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보험계약자를 착한 보험소비자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상품의 환급금이나 수익률 수치를 앞세운 감독이나 규제에 의한 보험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가능한 한 계약을 끝까지 유지하는 착한 소비자가 되도록 돕는 소비자 보호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또 보험소비자로선 해지시 본전을 찾거나 보험사고때 보험금을 많이 받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보험계약을 끝까지 유지하고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험사고를 경험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보험생활을 하는 것이다.

전인엽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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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22:52:4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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