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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폭염·폭우·혹한은 이제 뉴 노멀(New Normal)

[한국보험신문=전인엽 편집국장]올 여름 날씨는 지독했다. 찜통 더위가 한달 넘게 지속됐고 역대급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겁박이 빗나가기 무섭게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장마처럼 길게 이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기상현상이 최첨단 예보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태풍 ‘솔릭’과 지역성 폭우만도 그렇다.

‘솔릭’의 경우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한가닥 빗줄기가 아쉬웠던 터라 처음에는 태풍 소식이 오히려 반갑기까지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엄청난 피해를 안겼던 A급 태풍 ‘곤파스’보다 더 세고 특히 수도권을 통과하게 돼 사상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던 기상청 예보에 따라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등 온 국민을 긴장케 했다. 그러나 솔릭은 충청도에도 못 올라왔고 막상 육지에 도달해선 세력이 급속도로 약해져 얌전하게 동해로 빠져 나갔다.

솔릭이 물러난 뒤 찾아온 폭우 역시 기상청을 우습게 만들었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기상청 예보보다 두세발쯤 앞서 남북을 오르내리고 동서를 왔다갔다하면서 전국적 피해를 냈다. 태풍과 폭우 예측이 빗나간 기상청은 머쓱하게 됐고, 그 바람에 애먼 기상청장이 옷을 벗었다.

또 더위는 오죽했는가.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폭염은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1994년 수치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 수가 31.5일로 1994년 31.1일을 제쳤으며, 종전 최고 기록이던 1942년 8월 1일 대구 40도 기록도 깨졌다. 홍천이 41도(8월 1일)까지 오르는 등 한낮 최고 기온 40도 이상도 여섯차례나 나왔다.

올 여름 폭염은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중국도 전국의 여름 평균 기온이 196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모처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일본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사람들이 바깥 나들이를 꺼리는 바람에 해수욕장 등 주요 피서지와 관광명소는 손님이 끊겨 폭서 불황을 겪었다. 또 남유럽과 미국, 중동 여기저기에서는 한낮 기온이 50도를 넘은 곳도 속출했고, 가뭄까지 겹쳐 지구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기상학계는 폭염과 태풍, 폭우 등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진단한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상층부 공기를 데우고, 데워진 공기는 북극의 찬공기를 막아 폭염을 부르고, 폭염은 다시 바닷물을 증발시켜 구름속 수증기량을 늘림으로써 폭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난화가 여름철 폭염, 가뭄, 태풍, 폭우와 겨울철 혹한 등 기상이변의 빈도를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태양활동의 주기적 변화 등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가스 배출과 관련이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에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억제하고자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고 탄소가스 감축에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글로벌 보험업계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적극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상 기후는 보험손실로 이어지기에 보험업계로선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후진국’으로 악명 높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큰데도 불구하고 이를 줄이려는 정책과 투자가 빈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인한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보험업계도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지난 7~8월 폭염으로 예년보다 3배나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열대야에 수면부족 등으로 교통사고도 늘었다고 한다. 삼성화재안전문화연구소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계약자의 자동차사고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접수가 평균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더위에 약한 배추나 시금치 등 채소값이 폭등하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 어류가 폐사하고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급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보험손실에 귀결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보험업계의 방안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한편으로는 관련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뮌헨리, 스위스리, 악사, 알리안츠, 로이드 등 유럽 대부분의 글로벌 보험사들은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서비스 중단을 선언했고 닛세이와 다이이치생명 등 일본의 대형 보험기업도 최근 탈석탄 운동 동참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물론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 서비스 중단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시행해야 하는 만큼 보험업계가 먼저 나서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리스크로 작용하는 분야에서 이를 담보하는 보험상품과 서비스는 얼마든지 선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온, 강수량, 강설량, 일조량 등을 지수화하고 사전에 정한 지수와 실제 관측 결과 간 차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날씨보험을 꼽을 수 있다. 지구상에 날씨와 무관한 산업은 거의 없다. 따라서 지수형 날씨보험 등 날씨파생 보험상품은 수요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올 여름에 겪은 이상기후가 새로운 노멀이 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는 날씨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길렀으면 한다.

전인엽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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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22:58: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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