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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김성근 감독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들 |
[한국보험신문=전인엽 편집국장]2016 KBO 정규리그에서 프로야구 최고의 ‘뉴스 메이커’ 김성근 감독(74)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시즌 성적 66승3무75패, 승률 0.468로 10개 구단 가운데 7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어정쩡한 순위에 간판타자 김태균 외에는 개인 타이틀 수상 후보도 없는 팀인데도 야구인과 야구팬의 한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 시즌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는 김 감독의 언행과 논란을 부르는 그의 선수단 운영 방식 때문일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괜찮은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괴물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비롯해 김태균과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붙잡았고, 좌완 정우람과 우완 심수창을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30개 가까운 홈런을 때려낸 특급 타자 윌린 로사리오까지 데려왔다. 시범경기에서는 9할 가까운 승률로 1위를 차지해 팀 연봉 1위에 오를 만큼 거액을 투자한 것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는 개막전부터 정상궤도를 이탈한 마운드 운영으로 연장전 역전 끝내기 패를 당하며 꼬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이후 매 경기 ‘총력전’을 표방하며 예전과 똑같은 방식의 선수단 운영을 고집했다. ‘어깨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단단해진다’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신봉하는 김 감독의 혹독한 마운드 운영은 결국 투수력 붕괴로 이어졌다. 로저스는 부상으로 신음하다 6경기만 뛰고 팀을 떠났고 불펜의 기둥이던 송창식과 권혁도 시즌 후반 중요한 고비에서 이탈, ‘투혼’의 상징에서 ‘혹사’의 징표로 전락했다. 마운드에서는 퀵후크와 연투, 보직파괴 등이 시즌 내내 계속됐고 타자와 야수에 대한 특타와 징계성 교체는 정규리그 마지막 게임까지 이어졌다. 현대 야구의 흐름에 역행하는 김 감독의 이같은 선수단 운영은 ‘우승 후보’ 전력이라는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고 급기야 팬들의 김 감독 사퇴요구까지 초래했다.
그렇다고 한화 야구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한화 야구는 매 경기 총력전이 펼쳐졌기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측을 불허하는 승부, 특히 역전 드라마가 많아 강한 중독성과 함께 관중을 모으고 시청률을 높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개인으로선 그가 역대 어느 감독보다도 성적 제일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실패임이 분명하다. 과거 지휘봉을 잡으면 1~2년내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렸던 그가 한화에서는 왜 ‘김성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까. 그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알면 보험업계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우선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기발한 전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기본이 튼실하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것이다. 야구에서 팀 전력의 3요소로 공격력, 투수력, 수비력을 꼽는다. 공격력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나 상대 투수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에 투수력과 수비력이 중요하다. 올시즌 정규리그의 한화 투수진 성적을 보면 모든 게 수준 이하다. 평균자책점은 5.76으로 KT(5.92)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볼넷 허용(634개)은 10개 구단 중 1위이고 불펜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세이브(24개)와 홀드(39개)는 최하위다. 또 야수 수비 실책이 124개로 최하위팀 KT(130개) 다음으로 많고 팀 도루는 64개에 그쳐 가장 적다. 이는 한화가 그만큼 팀 전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시즌을 맞았다는 얘기다. 혹사와 특훈, 채찍, 정신력으로 부실한 전력을 능히 보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여간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뚜렷한 비전과 장기적인 플랜이 없었다. 김 감독은 ‘프로팀은 오늘 경기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승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오늘 이기기 위해 내일 경기에 투입될 전력까지 당겨 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내일 경기에 투입될 전력을 오늘 미리 쓴다는 것은 내일 경기를 포기한다는 말과 다름 없다. 144경기 모두 최상의 전력으로 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선수단을 운영해야 제대로 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한화가 개막전부터 연패에 빠진 것은 내일 쓸 전력을 오늘 앞당겨 쓴 것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단기실적에 급급하면 당장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번째는 신뢰와 포용력 부족을 들 수 있다. 김 감독이 맡는 팀은 유난히 작전이 많고 선수 교체가 잦다. 이는 선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산전수전 겪은 노장 선수도 경기 중 마음에 안드는 플레이를 하면 바로 교체하고 특별훈련을 지시한다. 경기를 지배할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믿고 기회를 주면 얼마든지 실수를 만회하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터인데도 말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대표적인 예이다. 양상문 감독은 1차전서 결정적 실책을 범한 오지환을 2차전에서도 그대로 선발로 기용했다. 오지환은 눈부신 수비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일등공신이 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 감독은 공수주 모든 부문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 중 그가 코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무표정한 김 감독이 입을 뗄 때는 지시할 때 뿐이다. 성적이 좋을 때에는 그의 이런 행동이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해석되지만 성적 추락과 함께 불통의 화신으로 비난을 받게 된다. 현대 야구는 선수단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귀를 기울이는 형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시대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정규리그 1~4위팀 감독은 엄격한 아버지보다 선수단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형님 리더십을 소유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많은 야구인들이 김 감독의 결정적 패착으로 좀처럼 변화를 수긍하지 않는 그의 아집을 꼽고 있다. 올시즌에도 김 감독은 작년 시즌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팀이 10개로 늘어나고 투저타고가 뉴 노멀이 된 상황에서도 10년 전과 똑같은 마운드 운영과 작전을 고집했다. 실패학의 대가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무능해서가 아니라 확신에 사로잡혀 변화할 생각이 없는 지도자가 실패한다”고 했다. 김 감독 뿐만 아니라 과거의 성공방식에 사로잡힌 보험업계 경영진이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전인엽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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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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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5:53: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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